문상환 | 금속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장
조선산업 회생은 나 몰라라, 배당잔치가 먼저
3월 26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제4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은 2018년 매출이 8조 667억 원, 당기순이익이 3,511억 원이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다음날 열린 제2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지주는 보통주 1주당 18,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지주는 4월경에 총 2,705억 원가량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것이라 알려졌다. 이는 현대중공업지주의 별도재무제표를 통해서 확인된 당기순이익 1,306억 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부자가 가진 현대중공업지주 보통주는 2018년 연말을 기준으로 전체 주식의 30.9%에 이른다. 이번 배당을 통해서 부자가 받는 배당금은 836억에 이를 것이라 예상된다. 배당잔치를 한 것이다(금속노조 홈페이지 3월 28일자 보도자료 참조
http://metalunion.nodong.org/bbs/board.php?bo_table=ce_B12&wr_id=217222&page=3)
‘조선산업의 회생’이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중에는 조선산업에서 일할 노동자가 없다는 기사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협의회는 언론 등을 통해 2021년까지 부족한 기능인력이 4천 7백여 명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울산 동구에서는 ‘조선업 채용박람회’까지 열리는 상황이다. 인력 부족 문제는 ‘조선산업 위기’를 말할 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해 온 문제였다. 이런 문제가 예견되어왔음에도 현대중공업은 지난 4년간 3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없앴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상선건조, 해양플랜트, 특수선 부분이 겹친다. 이 때문에 또다시 ‘효율적 경영을 내세우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또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조선기자재업체의 생존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기자재 업무를 담당해왔던 자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으론 부족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높은 비율의 배당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는 결국 2세에서 3세로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일 뿐 현대중공업은 전체 산업생태계 등에는 하등 관심이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사진제공: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대우조선 인수보다 임금체불 해결이 먼저
거기다 문제제기의 수준을 떠나 현대중공업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은 상황이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4월 12일부터 건조 1부, 5부 소속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을 이어오는 중이다. 아침 출근선전전과 현대중공업 기술관 앞에서의 중식 집회는 물론 해당 부서 건물 안에서의 농성도 이어졌다. 23일 울산 동구청에서 열려고 했던 채용박람회는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외침 속에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임금체불 노동자의 규모는 2천여 명을 넘어섰다. 이후 원청까지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25일을 기준으로 임금체불의 규모는 여전히 300여 명에 이르고 그 금액도 10억 원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수천여 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은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가수주’를 해 왔다. ‘저가수주’를 통해서 수주한 선박에서 ‘이윤을 창출’하려다 보니 이른바 ‘비용’을 줄여야 했고 그 책임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4월의 임금체불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체불문제가 4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가수주 선박이 해결될 때까지’ 임금체불은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통도 이어질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말이다.
지금 현대중공업은 ‘누구에게도 명확한 이유를 답하지 못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중단해야 한다. 그들이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일은 ‘체불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조선산업을 국가기간산업이라고 해 왔고, 그에 따라 각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국가지원을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정작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에 대해서 수수방관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현대중공업 내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은, 결국 현대중공업이 ‘3세로의 경영 승계’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제대로 된 얼굴’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