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 노동당 당원, 노동·정치·사람 회원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을 보면 놀랍다. 내용 면에서 보면, 전면광장으로 할 것인가 세종문화회관으로 붙일 것인가 등과 같은 공간적 배치 문제보다는 오히려 광화문 앞을 ‘역사공간화’하여 분리한다거나 세종문화회관 쪽 광장부지를 상업 용도로 특화한다는 발상이 놀라운 부분이다. 당초에 개인적으로는 ‘전면광장+차량통제’라는 안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관통하면서 서울 외곽의 남과 북, 동과 서를 연결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서울시를 둘러싼 서울외곽고속도로를 만들었다. 128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로 거의 모든 경기도-서울시 인접 경계를 연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심을 진입하여 관통하는 차량이 많은 이유는 도로는 만들었으되 교통시스템을 그에 맞춰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심을 통과하는 것보다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편하게 만들려면 도심 내 통과를 어렵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광화문을 기점으로 하는 도심 도로는 지나치게 넓다.
그런데 서울시는 엉뚱하게 광화문 앞 광장을 조성하고 도로를 ‘ㄹ’자로 만드는 이상한 대체도로를 그려놓았다. 대외적인 이유는 역사성의 복원인데, 실제로는 광화문 앞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문화재청과의 타협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나의 공간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있던 기존의 광화문광장이 두 개의 광장 구역으로 분리된다. 아무리 도로 통행을 불편하게 한다 해도 차선을 줄이는 방식과 아예 도로를 휘어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현재 현대해상이 위치한 부분을 상업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광화문광장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곳이 현재는 광장 가운데에 있는데, 이를 옮겨 현대해상 쪽을 바라보고 썬큰(Sunken)구조물을 설치한다고 한다. 그러면 지하공간을 통해 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업구역을 거쳐서 광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쯤 되면 광화문광장위원회 위원장 승효상이 ‘시위나 행사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복원하는 광장’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가 말한 일상성이란 곧 상업성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내용상의 문제보다 심각한 것이 절차상의 문제다. 서울시는 작년 8월 광장시민위원회라고 만들어 놓고는 올해 초까지 단 한 차례의 모임도 갖지 않다가 1월 21일 국제현상공모 결과를 발표한 후 부랴부랴 총회를 개최했다. 이 말은 어떤 방향으로 국제현상공모를 진행했는지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만 덩그러니 시민위원회에 통보하듯 알렸다는 뜻이다.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국제현장공모 당선작은 그야말로 공모자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히고는 바로 뒤이어 해당 당선자에게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을 의뢰하는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니까 여론을 향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는 식으로 블러핑을 하면서 실제로는 행정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애초 국제현상공모의 큰 그림을 사전에 정해 놓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실제로 국제현상공모 당시 제안자에게 제공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본적인 도로의 형태 및 광장 공간사용 등에 대한 방침이 정해져 있었다. 국제현상공모 참여자는 서울시가 제공한 뼈대에 보기 좋은 그림을 얹은 수준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교통문제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서울시는 교통전문가들을 불러서 한 차례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그 외의 광화문광장 논의는 여전히 박원순 시장실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광장의 문제가 광장으로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광장을 둘러싼 문제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개방성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에 광장은 정치적 공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광화문광장은 촛불광장이라는 명칭이 부끄럽게 관치 광장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의 광화문광장 사용현황을 보면 대부분이 서울시나 공공기관이 이용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지난 3월 10일부터 서울시가 올해 개최하는 전국체전의 홍보부스가 북측광장에 상설설치되어 있다. 토요일 등과 같이 극히 제한적인 시간대에 다양한 집회 등이 개최될 뿐 일반적으로 광장은 언제나 행정의 앞마당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행태가 과거 오세훈 시장에서부터 박원순 시장까지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라진 점이라고는 광장 사용료를 할인해주거나 강제로 퇴거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광장 관리의 속성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논의는 여전히 광장이 ‘시민들의 자유’와 상관없이 행정이 가용할 수 있는 공간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껏 단 한 차례도 공론화된 적이 없는 GTX-A노선의 광화문복합역사 계획이 1월 21일 국제현상공모 시기에 갑자기 끼어든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이용의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을 내걸었지만, 서울역에 예정된 역사에 앞서 광화문역을 신설할 경우 역설적으로 서울의 남북을 연결하는 급행노선이라는 GTX-A의 목적을 훼손한다. 국가철도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GTX노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서울의 남북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경기권 급행열차다. 현재 A, B, C 노선을 추진 중인데 이중 A노선만 부분적으로 착공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A노선만 겨우겨우 경제성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다른 노선은 0.3 수준으로 처참한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광화문역을, 그것도 복합역사로 신설한다면 당연히 사업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조건에서 본다면 민간사업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비용분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문서에 따르면 국토부와 비용분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국토부 입장에선 애초 계획에 없던 역사의 신설에 따른 비용을 추가적으로 분담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서울시가 이런 부담에도 광화문역을 유치하고자 하는 건 광화문광장의 지하공간 개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선 2기 시절부터 강남의 지하공간에서 서울시청 종로에 이르는 지하공간 개발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제물포도로 지하화나 강변북로 지하화 등이 추진 중이다. 명목상으로는 지상부의 차선이 줄겠지만 기존 차선이 지하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도로의 증량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각종 지하화사업의 성과를 지상부에 맞춘다. GTX-A 노선의 광화문역사도 그렇다. 서울시는 광화문역사를 설치하는 이유로 광화문 일대를 녹색교통진흥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든다. 녹색교통진흥구역은 자가용의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차도의 축소나 교통체계의 개편 없이 이루어지는 지하철도의 건설은 이런 목적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시의 교통분담률을 보면(http://news.seoul.go.kr/traffic/archives/289) 대중교통의 부담률이 65%로 정체되어 있는데, 이는 내부적으로만 버스이용자가 전철이용자로 전환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자가용분담률은 다소 줄었는데, 이는 기타 교통수단 즉 도보나 자전거 이용자가 줄어든 것을 흡수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교통체계 개편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지하철의 건설은 자가용 이용자 아니라 버스 이용자를 줄인다. 런던의 혼잡통행료가 그렇고, 파리시의 디젤차량 진입금지 규제가 그렇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광화문역사 설치 계획도 ‘지하철도’라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복합역사’라는 시설계획에 포인트를 두어야 한다.
그러면 지상부에 현대해상 쪽을 상업공간으로 유치하면서 지하로 이어지는 썬큰공간을 통해 지하복합역사로 연결하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광화문역사는 광화문광장이 아니라 광화문 복합역사에 사람들이 많이 오게끔 만드는 유인이다. 이렇게 본다면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사실 오랫동안 보아왔던 전통적인 도시개발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영리한 시장이 ‘촛불광장’의 상징성으로 눈을 가리고, 휘광이 찬란한 건축가가 알 수 없는 말로 개념을 채워 넣으면, 사실은 민간사업자가 지하공간을 개발하여 상업지역을 확대하는 그런 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초기에 등장한 가장 상징적인 지방정부의 몰락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정부는 이미 특유의 알고리즘이 있는 체제다. 알고리즘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지 소프트웨어 개량만으로는 안 된다. 인프라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민선 1기 시기에 이미 박원순 시장은 이런 시도를 포기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기존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일뿐이다. 도시를 바꾼다는 건 단순히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적 권력의 쟁취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도시정부가 작동하는 기존의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물리적 개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필두로 하는 이들의 문제는 능력의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이상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지향이 없는 정책은 수월성을 중심으로 귀결된다. 지난 10년 가까운 서울시의 경험이 그것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