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환 | 금속노조 미조직전략조직실장

 

2주일 걸리는 민원을 2시간 만에?
2010년 5월 24일 오후 2시경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일명 발레오, 대표이사 강기봉) 노동자 중 일부가 당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이하 포항지청)에 ‘총회 소집권자 지명 요청’을 했습니다. 총회의 내용은 ‘금속노조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형태 변경’이었습니다(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591).
오후 2시경에 공문을 전달했는데, 오후 4시경 포항지청 근로감독관이 당시 발레오만도지회 농성장(발레오만도지회 관련 투쟁은 http://blog.daum.net/mshskylove/15766830 참조)으로 ‘조직형태 변경 총회를 열라’는 공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가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하면, 담당자 배정 등의 과정을 거쳐서 아무리 빨라도 14일(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총회소집’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공문에 대해서는 즉시 행동을 한 것입니다.

함께 춤추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포항지청
2010년 6월 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총회소집’ 관련 심판회의가 열렸습니다. 심판회의를 앞두고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6월 10일 지부가 책임지는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심판회의에 위원으로 참가하는 노동자위원조차 받지 못한 ‘사업장 내 노사협의회 관련 자료’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장이 질문하고, 포항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이 기다렸다는 듯 마지막 발언 시간에 ‘발레오 경주공장에서 근로조건 등을 결정한 바 있는 노사협의회 자료를 가져 왔다’며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입니다.
심판회의 과정에서 이상한 일은 더 있었습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총회를 열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당시 포항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이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을 쓰면서 금속노조를 공격한 것입니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채 심판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부터 진행된 심판회의가 마무리되고 돌아서자마자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총회소집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이어서 포항지청은 금요일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 팩스로 ‘총회소집권자 지명 사실 통보’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원래 심판회의 결과는 당일에 발표하지만, 그 근거와 관련해서는 한 달 정도 이내에 ‘판정서’를 통해서 정확한 사유를 통보합니다. 포항지청은 경북지방노동위윈회로부터 ‘심판회의 결과’는 통보받았지만, 그 사유에 대해서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총회소집권자’를 지명한 것입니다.

다시 듣는 그 이름,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
당시 포항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이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친자본중심으로 움직였는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되었습니다. 2012년 경기도에 있는 SJM지회에 투입된 용역과 관련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노조파괴와 관련해서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이 함께해 왔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 등의 과정을 통해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를 무력화하는 과정에 창조컨설팅이 참여했고, 창조컨설팅에서 작성한 문서를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해서 관계기관대책회의에 제출’하는 등 노동조합 파괴에 적극적으로 임해 왔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포항지청(현재는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은 ‘노동부의 친자본 성향’의 모델처럼 알려져 왔습니다. 그리고 잊히는 듯했습니다.
2019년 2월 2일 오후 5시 40분경, 많은 사람이 설 연휴를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사이 포항 포스코에서는 33년을 근무한 만 53세 노동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포스코는 ‘현장 확인 결과 산업재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함’이라는 내용을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이하 포항고용노동지청) 산업안전과 근로감독관의 실명과 함께 포스코 전체 직원들에게 전파합니다. 일을 하다 다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유(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실명을 통해서 대신 전달한 것입니다. 이 전달사항은 포스코 내 3만여 명에 이르는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포스코 안전방재그룹에서 낸 <직영 직원 사망 (속보)>. ‘포항지청감독관(최대진) 현장조사 *현장 확인 결과 산업재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함’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료제공: 문상환)

‘설을 앞두고 포스코에서 50대 노동자가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방송에 나왔을 뻔한 이 사건은 유족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전혀 다른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포스코의 ‘심장마비’라는 설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유족들은 부검을 의뢰했고, 부검소견(정확한 결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으로 ‘강한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장기파열과 과다출혈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제출되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그리고 금속노조 포항지부(지부장 이전락)와 포스코지회(지회장 한대정),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개인 사유가 아닌 산재’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2월 15일(금) 보름여를 장례도 치르지 않고 포스코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유족들은 장례절차 등에 합의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자본과 한편?
유족과의 합의가 알려지기 직전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포항고용노동지청과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면담 과정에서 금속노조는 ‘(포스코의)산재 은폐 및 중대재해 관련 부적절한 대응 관련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 관련 책임자의 징계 및 지청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등 5가지 요구를 전달했습니다.

2월 2일 발생한 포스코 중대재해 관련 금속노조 요구안 (자료제공: 문상환)

 

면담 자리에서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실명을 바탕으로 산재를 은폐하는 포스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수사 중인 상황이라’였습니다. 참석자들은 ‘공무원인지, 포스코의 대리인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그 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포항고용노동지청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각종 노사관계는 물론 사업장 내의 ‘안전’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있는 중요한 정부 부처입니다. 산업안전을 담당하는 부처 담당자의 이름을 버젓이 달고, 거짓 정보를 흘리는 사업장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포항지청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요?

근 1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자본과 한편?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 니들은 도대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