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환 | 금속노조 미조직실장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네 살 꽃다운 젊은 노동자가 11일 새벽 03시 32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노동자의 죽음은 11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라는 기자회견에서 동료를 통해 알려졌다.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800톤급 골리앗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서로 충돌,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그 아래에 있던 노동자 휴게실을 덮쳐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절에 발생한 이 산재사고로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당시에도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한 지적이 많았다. 문재인정부는 ‘생명안전업무 외주화 금지’를 약속했지만, 2017년 8월의 STX조선 사망사고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는 속에 포스코에서도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1월 25일 오후 4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산소공장 14플랜트 냉각탑에서 설치된 충전재를 교체하던 외주업체 ㈜TCC한전 소속 4명의 노동자가 질소가스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에서 2018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협착에 의한 절단사고 등으로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알려진 것만 이 정도다. 차이가 있다면 포스코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포스코 광양/포항 제철소 2018년 11~12월 노동재해 개요 (자료제공: 문상환)

태안화력발전소와 포스코에서 공통점을 찾으라면, 대표적인 설치산업이고 라인을 멈추기 어렵다는 정도일 것이다. 거기에 최근의 상황까지 포함하면 대표적인 복수노조 사업장이라는 사실이다. 김대중정부 때인 19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 계획에 따라 한전은 발전소를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5개 사업장으로 분할했다. 태안화력발전소도 그중 하나로,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소속이다. MB정부 시절에는 발전회사들에 복수노조가 만들어졌고, 조합원들을 과일에 비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도 복수노조는 진행형이다.

이번 태안화력발전소의 사고처럼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한 문제는 발전회사 내에서 계속해서 이어져 왔고, 이를 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발전산업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산재은폐’가 시도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는 최근 언론을 통해서 확인되기도 했다. 발전산업노조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투쟁에도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해서 회사가 부인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노동조합에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해야 할 문제제기를 노동조합이 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에는 1988년에 노동조합이 생겨났다. 포스코노동조합은 한때 조합원이 18,000여 명에 이르렀지만, 1991년 안기부 개입 공작 사건과 조합원의 대규모 이탈 이후 30여 명이 남아서 노동조합을 운영해 왔다. 명색이 ‘노동조합’이면서 그들은 노동자들의 가입을 받지 않았고, 일상활동도 진행하지 않았다.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의 내용도 포스코 내 노동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2018년 8월까지 알려진 조합원 수는 9명이었다. 그런 포스코에서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이하 포스코지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9월 17일에 열렸다. 금속노조 가입을 확인한 9월 13일에 포스코노동조합 집행부가 사퇴하고 비대위로 운영하다 11월 7일 새로운 위원장을 뽑았는데, 그 과정에 한국노총과 회사 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2018년 12월 10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지회의 ‘주식회사 포스코 과반수 노동조합에 대한 이의 신청’을 기각하고 한국노총 소속의 기업노조가 다수노조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포스코는 12월 11일 포스코지회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에게 해고 및 권고해직,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추석 직전 회사 내 인재창조원에서 ‘노조(포스코지회) 와해 공작’을 진행 중이라는 걸 확인하고, 이를 언론에 알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수노조로 알려진 포스코노동조합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물론 포스코지회 임원 및 간부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포스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규직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인원과 예산을 배정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원래 있던 사내 하청업체 소속을 빼더라도 500~6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그 사업장마다 한국노총 소속이거나 상급단체 소속이 없는 기업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결국 12개 사업장에서 금속노조에 가입했는데, 5개 사업장만 교섭권이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노조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관심이 사실상 없다. 2018년 6월에 대대적인 캠페인을 한 적은 있지만, 이마저도 금속노조에서 끊임없이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문제제기에 한 데 따른 반응일 뿐이었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정부와 자본에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부 노동조합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확인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노조할 권리 쟁취’를 목표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태안화력발전소와 포스코에서 본다. 아프지만, “모든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