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이 ‘민중개헌’을 주장하면서, 개정되는 헌법은 통일헌법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현행 제3조는 폐지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관련 영상 확인
https://www.facebook.com/minjungparty/videos/2026530454278131/
이미 나는 작년(2017년) 10월에 노동정치연구소 홈페이지에 헌법 개정 하려면 3조와 4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개헌을 한다면 3조와 4조부터”
http://laborpolitic.red/?p=1364
물론 이런 주장은 어느날 갑자기 나 혼자 생각한 것이 아니다. 제헌 이래 헌법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한다는 규정이 빠진적이 없다가 느닷없이 현행 헌법에서 바로 4조에 평화통일조항을 붙이면서 더욱 촉발된 남북관계에 관한 논의 중 하나이므로 위 글과 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널리고 쌨다.
어쨌든 이 글에서 주장한 취지와 민중당이 이야기하는 통일헌법의 기본취지는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은 상호인정이며, 영토를 획정해놓은 제3조로 말미암아 휴전선 이북 지역에 대한 입장이 모호해지므로 이를 해소해야 하고, 평화통일의 전제조건으로 제4조에서 내걸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틀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은 전적으로 동일하다.
기실 이 문제, 즉 3조와 4조 문제는 싸움 제대로 붙으면 남한 사회의 좌우를 모세가 바다 가르듯 할 수도 있는 주제다. 그런데 국회개헌특위에서는 물론이고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헌법토론장에서조차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 이거 잘못 건드렸다가는 개헌 자체가 물 건너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리라.
세계적으로도 헌법에다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내 땅!”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 헌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딱히 우리처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는 말이 없이 은근슬쩍 그 범위를 규정한 헌법이 있기는 하다. 예컨대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헌법에 전체 영토의 구획을 명시한 조항을 두지는 않아도 주(州)의 구성에 관한 규정에서 각 주를 언급함으로써 현재의 국경을 기본 영토로 유추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 제3조를 없애자고 하는 순간 거의 난장판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왜냐하면 이 영토조항이 존재하는 한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이나 서북청년단의 맥을 잇고 있는 극우세력들과 일부 개신교계가 그렇다. 이들은 ‘북한’이라는 적이 있기에 자신들의 존재가 긍정되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인데, 특히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기에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희안한 위치에 있다. 그런데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론의 향배가 남한 사회에서 아직 30%는 족히 되고, 이 30%라는 수치는 남한의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치이기에 매우 위협적이다.
한편 이 제3조와 제4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제3조 규정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인민들에 대한 처우에 관한 것인데, 예를 들어 이 규정이 존재함에 따라 북한 인민이 남한으로 왔을 때, 이들을 난민취급하면서 망명절차를 거치도록 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게 남한의 구성원으로 자리잡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도 탈북자들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간첩사건 조작에나 이용해먹고 있으므로 제3조를 없앤다고 한들 뭐 크게 달라지겠느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국정원이나 검찰이 또라이짓을 한 것이고 차제에 국정원과 검찰을 단도리해서 다시는 그따위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할 일이지 제3조를 없애는 것으로 단순명쾌하게 해소될 성질의 일이 아니다.
민중당의 발표에서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조선의 입장을 존중하는 민중당은 조선을 버리고 탈출한 인민들을 조국을 배신한 배신자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어차피 그 조국이 내 조국은 아니므로 난 그런 입장에 동의할 수는 없고.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앞에 링크를 건 지난 글에서 확인하면 되겠고,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처럼 남한의 좌우가 극렬하게 싸움을 해야 할 사안에 대해 무척이나 조용한 지금의 현실에서 진짜 개헌이 고려되어야 하는가를 회의해보자는 이야기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헌정질서를 만들기 위해 추진된다는 현재의 개헌논의가, 정작 87년 체제의 한계 중 가장 커다란 한계였던 이 제3조와 제4조의 모순구도를 해소하겠다는 이야기는 빼놓은 채 진행된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민중당이 코딱지만한 당이다보니 거기서 뭔 소리를 한들 대세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개헌과정에서 싸움 붙일만한 중요한 주제다. 당장 내 입장만 하더라도 민중당과 비슷한 부분이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자유한국당과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싸움이 붙어도 좀 이런 주제로 붙어야 붙는 당사자도 빡세고 보는 관객도 흥미진진할 거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