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전문에 5.18 광주항쟁과 6월 항쟁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최장집 명예교수는 그 의미는 인정하나 이를 전문에 끌고 들어오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을 굳이 헌법전문개정으로 심화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33982.html>

이러한 관점은 소위 ‘함구의 원칙(gag rules)’을 떠올리게 한다. 지나치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헌법을 개정할 때는 사회적 통합기능의 원리를 전제로 갈등과 분열을 최대한 정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러한 필요에 반하는 의제들은 배제하는 것이 맞게 된다. 정치의 갈등조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경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는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정치가 도그마의 관철로 이어지는 것은 금물이겠으나, 갈등을 드러내지 못하는 정치는 궁극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이유가 없게 되는 불합리에 처하게 된다. 또한 ‘함구의 원칙’은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훌륭한 방식일지 몰라도 자칫하면 ‘적폐’가 누적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컨대 5.18 항쟁을 헌법전문에 위치시킨다는 건 무슨 뜻인지를 아예 밝히고, 이에 관하여 보수와 진보가 한바탕 살풀이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5.18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다면, 그 정신은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민중을 기만하기 위하여 폭력을 동원하는 체제에 대해선 인민이 무장항쟁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도 가능하고, 왜곡된 헌정체제를 전복하기 위해서도 가능하다. 1980년 당시로 보자면, 전두환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자 한 동시에 유신체제의 기본적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으므로, 이에 대한 무장저항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동시에 구체제적 헌정질서를 전복하겠다는 의지의 발동이기도 했다. 5.18 정신이라고 하면 이 정도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은 안 된다”는 입장에 선 사람이라면, 국가폭력은 물론이고 인민의 무장 역시 반대할 수도 있다. 박정희가 뭘 그리 잘못했으며 전두환이 뭔 죄를 지었냐고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훌륭한 지도자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반역행위가 재발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실상 이정도 논의가 된 후 나타나게 될 헌법전문이야말로 이 사회의 보편적 이해와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스코어는, 이러한 결과를 발생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불협화음도 없이 대충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결국 최장집 명예교수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현재 상황으로는 별반 갈등이고 불편함이고 없어보이는게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아, 그리고. 최 명예교수께서는 ‘함구의 원칙’을 비판하던 입장이라고 여겨왔던 점에서 이번 기사는 좀 의외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