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월 8일,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했다.
올해 여성의 날의 기치는 ‘변화를 위한 압력(press for progress)’이다. #MeToo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는 오늘날 터져나온 이 의미심장한 의제는 이 세계가 변화해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사회저변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던 성폭력의 실태가 폭로되고 있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정도로 범죄적 양상은 추악했다. 승승장구하는 가해자들의 이면에서 피해자들은 그 감당키 어려운 고통을 홀로 감내하고 있어야 했다. 젠더 폭력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지위의 고하, 학력의 고저, 이념의 좌우를 따지지 않았다. 교사에 다름없는 범죄의 조장과 공모에 다름없는 폭력의 방조가 사회적으로 이루어졌다. 피해자의 고통을 배가하는 2차 가해가 관습과 대의의 명목으로 자행되어 왔다.
이 모든 일들이 백주대낮에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고, 가해자들의 저열한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침묵과 회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또다른 일부에서는 음모와 이념공세로 논의구조를 전환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거대한 흐름의 방향을 읽지 못한 채 자신의 무덤을 파는 행위에 불과하다. 더 이상 관행과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제고의 여지가 없는 범죄들을 눙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사회적 각성과 젠더평등의 단단한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MeToo 운동이야말로 혁명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운동이 단지 개인의 폭로를 통한 개인의 책임소재 판단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때 혁명이라는 선언은 실질을 갖게 될 것이다.
한편 이 운동이 단지 한국사회에 국한되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요컨대 국지적 사태로서의 운동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변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라는 종이 지상에 드러난 250만년 전까지로 소급하기는 곤란할지라도, 적어도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사회의 성별질서는 남성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한 채 여성을 부수적 존재로 만들어왔다. 비록 최근에 와서 여성의 지위가 일정하게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구조차원에서 남녀의 상하관계가 완전히 평등하게 되었거나 전복되었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금의 전 세계적 #MeToo운동은 이 수천년 이래 지속된 성별질서를 전복하고 성평등의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격동의 파도가 되어 일어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MeToo운동이 어제 오늘 갑자기 터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봉건적 성별불평등의 체제에 맞서싸운 사람들이 있었으며, 가공할 성폭력의 공포를 견디며 사건을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려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시대의 곤란함 속에서도 커다란 용기를 내어 폭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MeToo운동의 폭발을 예비하는 단초가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늘의 파도를 불편해하고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과 두려움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더욱 불편해야 하고 더 큰 두려움을 겪어야 한다.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세계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는 세계에서 가능하다.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 살아 남은 모든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