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실패를 위해 – 직접민주지역자치당의 좌초를 보며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지역정당”이라는 항목이 따로 검색되지 않는다. 영어나 일본어 위키백과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적 범위를 대상으로 하는 위키백과로서는 어지간한 나라에서 공기나 물처럼 여겨지는 지역정당에 굳이 말을 덧댈 이유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한국을 공간적 범위로 한정하는 나무위키에는 “대한민국의 지역정당”이라는 항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지역정당이라는 검색어로 확인되는 이 두 검색엔진의 차이에 대한 견해는 순전히 개인적 ‘뇌피셜’에 불과할 뿐임을 미리 밝힌다.

나무위키에는 지역정당과 관련하여 이런 해설이 붙어 있다.

“2020년대 들어 각지에서 지역정당 설립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으나, 전국적인 거대 담론이 되어 중앙 정치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픈 지적이다. 이런 여론을 만들어내는데 일정하게 영향을 미쳤지만, 중앙 정치권을 흔들 정도의 파동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음에 한계를 느낀다. “대한민국의 지역정당”이라는 항목을 마련하고 있는 나무위키에서조차 은평민들레당이나 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의당 등 활동 중인 지역정당에 대한 소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흥미롭게도, 나무위키는 지역정치를 표방하며 전국정당을 창당하려 했던 ‘직접민주지역자치당’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직접민주지역자치당’의 설명에는 최근 새로운 정보가 업로드 되었다. 다름 아니라 지난 8월 27일부로 이 당의 창당준비위원회가 해산되었다는 사실이다. 올초 2월 27일 이 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의 설치를 신고했다. 창당준비위원회는 6개월 이내에 창당작업을 마쳐야 하며, 창당이 완료되면 정당등록을 하고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이내에 창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창당준비위원회는 자동으로 해산한다.

요란하게 창당을 선언했지만, 창준위의 해산은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이루어졌다. 해산에 따른 공식적인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관점과 방향을 달리했지만 지역정치의 활성화를 전면에 내건 정치조직이었기에 이렇게 스산한 마지막을 보게 되니 허망하기조차 하다. 후일담이 들려오지만 긍정적인 이야긴 없다. 참여했던 조직들은 그대로 원점회귀를 하거나 다른 전국정당으로 쓸려 들어가거나 심지어 보수 양당 중 하나로 투항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운동이 방향을 잃고 흔들리다 좌초하게 되면 그 운동을 하던 사람들만 고배를 마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주변에서 운동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사람들까지 힘을 빠지게 만들고 급기야 운동을 시작하던 시점보다 운동의 지반을 훨씬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실패해야 한다. 지역정당 운동을 하고자 했다면, 지역정당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어야 한다. 지역정당을 만들기보다는 우선 현행법을 우회하는데 주력했던 모든 운동은 실패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실패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정당 운동에 대한 회의를 확신시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실패하는 것은 시작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그나마 이번에는 직접민주지역자치당이라는 흐름보다 처음부터 지역정당을 만들고 활동해온 흐름이 어느 정도 중심을 잡고 있었다. 그 덕분에 직접민주지역자치당의 해산에도 불구하고 지역정당 운동은 일정하게 진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지역정당에 대한 관심은 더 활발해졌다고 할 수는 없어도 여전히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보수 양당으로부터 식민지 취급을 받고 있는 지역일수록 지역정당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강하다.

2024년 9월 현재 국회에는 전국정당의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이 7개나 발의되어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불과 5달도 되지 않아 전국정당의 지역조직 골간을 재구성하는 법안이 7개나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개정안 중 단 한 개정안에도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과거 ‘지구당’이라는 전국정당의 지역조직 명칭을 ‘지역당’이라고 표현하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분출하고 있는 지역정당 운동을 물타기하려는 취지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21세기 대한민국 보수 양당 의원들의 사고방식이 딱 여기까지다.

직접민주지역자치당 창당준비위원회의 해산이 아쉽거나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해산의 여파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원망도 없다. 그러나 풀뿌리민주주의의 활성화와 지역정당의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활동가라면 이제 직접 지역정당을 창당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될 때에야 기껏 지구당 부활에 머물러 있는 보수 양당의 정치판에 균열을 낼 수 있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실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