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을 보장하라는 경실련의 성명을 환영하며

  • 지역정당 없는 지구당 부활은 구체제로 회귀하자는 것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지난 8월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구당 부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이 성명에서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지구당 부활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경실련이 우려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로, (i) 지구당 부활이 중앙당 지지세력 규합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 (ii) 부정자금 유입 및 정치자금 남용의 재발 (iii) ‘돈 먹는 하마’로 전락이었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은 과거 지구당을 폐지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경실련은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구당이 부활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강화는커녕 풀뿌리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또한 이 성명에서 지구당 부활에 앞서 필요한 조치를 거론했다. 그중 하나는 현역 국회의원의 지역 당부 위원장(시도당 위원장 또는 당협위원장) 겸직을 해소할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역정당의 활성화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개혁이었다. 앞의 문제는 달리 말하면 지금과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역 당부 장악 구조에서는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구당 부활이 이들 지역구 국회의원의 권력만 두 배 이상으로 강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실련의 주장처럼,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역 장악력이 높아지게 됨에 따라 지역 안에서 부정부패의 위험도 높아진다.

한편 지역정당의 창당을 비롯한 정치개혁은 지구당 부활의 전제조건이어야 한다. 이미 지난 5월 3일 노동·정치·사람에 “지역정당 없는 지구당 부활은 위험하다”는 제목으로 올린 칼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한다면 명분에 부합하려면 지역의 정치가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한다. 전국정당만 보장되는 상황에서 스리슬쩍 지구당 부활만 해 봐야 과거 지구당을 폐지할 때 내세웠던 지구당의 문제점들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에 머물 뿐이다. 즉 지역정당 보장 없는 지구당 부활은 보수양당의 정치왜곡만 가속하게 될 것이다.

과거 경실련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강하게 제시했었다. 경실련이 그러한 주장을 한 데에는 보수 양당이 장악한 지방자치의 현황에 경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을 비롯해 기초지방의회 의원들의 질적 수준이 지나치게 저열한 경우가 많아 아예 지방자치 불요론까지 제기될 상황이 경실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문제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기초지자체장이나 기초지방의원들의 수준이 올라가느냐이다. 이 부분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누구도 합당하게 그럴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없었다.

결국 문제는 정치 자체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고, 이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보수 양당의 정치 독과점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보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는 길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정치세력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특히 지역정치를 활성화하여 풀뿌리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환경은 단지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정치세력이 자신의 입장과 정치적 책임을 걸고 등장하도록 만듦으로써만 가능하다.

경실련은 지난 2020년 이래 기초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역정당 활동 보장을 포함한 정당법 개정 등 정치개혁안을 꾸준히 제출하고 있다. 경실련의 방향 전환은 환영할 일이고, 이번 경실련의 성명 역시 지역정당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동의할 입장이다. 경실련이 제시한 지구당 부활에 대한 우려에 동의하며, 지역정당을 보장하는 정당법 및 기타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