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세상에 대하여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2016년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한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망한 김 군은 스크린도어에 끼어 변을 당했다. 그의 나이는 19세였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른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의 이름은 김용균이었다. 공장 내 컨테이너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는 24세였다.

2024년 6월 16일, 전주페이퍼(구 전주제지)에서 박 군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과중한 업무때문인지 유독물질에 노출되어서인지는 아직 모른다. 19세의 청년이었다.

이들에게는 젊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기 일에 충실했던 노동자였다. 과중한 업무량에 쫓기면서, 그것도 혼자서는 위험한 작업임에도 이들은 자신들에게 부과된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

또 공통점이 있었다.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미래를 향한 꿈을 접지 않았다. 구의역의 김 군은 정규직 기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불합리한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섰다. 전주페이퍼의 박 군은 미래의 꿈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적어놓은 노트를 지니고 다녔다.

성실하게 하루를 채워나가면서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꿈꿨던 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이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스러져간 이유를 세상은 다 안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이유 때문에, 불안정노동의 강요, 하청-재하청으로 격화되는 위험의 외주화, 작업장 안전 수칙의 무시, 반복되는 사고의 재발 방지 부실, 책임져야 할 자들의 책임회피 등의 이유 때문에, 통탄할 죽음이 이어진다.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 1면은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니, 기사라기보다는 노동현장에서 사망한 1,200명 노동자의 부고였다. 2019년 1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중 5대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명단이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 후로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늘도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명단은 줄지 않고 있다. 그 명단 안에 저 김 군과, 김용균과, 박 군이 들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되었다. 주요 원인으로 인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을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이다. 처벌도 강력한 편이어서,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때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렇게 강력한 처벌까지 마련되어 있음에도 왜 노동자들의 사망은 줄지 않는 것인가?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 전지 생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해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이 사고 역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원인들이 중첩되어 벌어졌다. 특히 이들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적인 인력도급으로 현장에 파견되어 일하던 중 변을 당했다. 갈아 넣을 내국인 노동자가 사라진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의 피가 대신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통상 언론 등에서는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했다”는 자성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막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릴 뿐이다. 리튬 전지 공장 화재사건에 대해서도 리튬의 화학적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화재진압이 어려웠다거나, 생산현장에 처음 투입된 노동자들이라 비상구의 위치를 몰랐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 불법 도급의 만연 등에 대해서는 굳이 함구한다.

물론, 우리는 그 이유를 다 알고 있다. 사람의 목숨보다 이윤이 더 중요하고, 그 이윤을 위해서는 작업장의 안전이나 노동자의 권리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폭로하고 이윤에 혈안이 된 자들과 결연하게 투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를 노동자의 손안으로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하다 죽어야 하는 이 이상한 되먹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명확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