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남긴 것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제22대 총선은 세상이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했다. 남성 중심, 50대 이상, 고학력, 전문직이 국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고착되는 현상은 계속되었다. 21대 총선이나 20대 총선 또는 그 이전의 총선에서 확인된 국회 구성의 일정한 틀이 전혀 깨지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 당선자는 300명 중 60명에 불과하다. 지역구만으로 따지자면 전체 254석의 지역구 의석 중 여성 지역구 당선자는 36명으로 불과 14.2%의 점유율에 그쳤다. 비례대표는 홀수 여성명부, 짝수 일반명부로 구성되므로 최소한 과반수 이상을 여성이 점유할 수 있다. 이처럼 할당이 명백한 비례와는 달리, 지역구 당선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여성정치인의 비중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된다. 한국에서 그 비율은 겨우 14.2%에 머물러 있다.
학력을 보자. 22대 총선 당선자들은 전부 학부(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고졸 이하의 학력 소유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당선자들 중에는 고졸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이후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일부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고졸 이하 학력으로 경력을 쌓으며 국회에 진출한 사례는 이번 총선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학벌은 어떤가? 학부만으로 보면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전체 당선자의 4분의 1이 넘는다.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캠퍼스 불문)로 범위를 넓히면 당선자 중 131명이 이에 해당한다. 당선자 중 44%가 SKY 출신인 거다. 극히 일부 학벌의 소유자가 민의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는 상황이다. 사관학교, 경찰대, 체대, 방송대와 지방대를 제외한 수도권 소재 대학(대부분이 서울 소재) 출신 점유율이 약 65%이다. 수도권의 학연이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당선자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 즉 직업이나 전문자격의 편향성 역시 뚜렷하다. 당선자 300명 중 판사, 변호사, 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 80명이다. 의회가 법을 만드는 것이 주업인 곳이라고 하지만, 법조 출신이 27%를 점유한다는 건 상당히 문제적이다. 제도의 구성과 재구성을 숙려하는 것과 기능적으로 실정법을 해석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다. 이런 의회구성에서 “법을 넘어서는 법”의 구상과 기획이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회경력을 정당 당직자나 활동가, 국회 보좌관 등으로 시작한 사람들, 편의상 ‘정당인’으로 분류해본 사람들의 숫자는 80명 내외다. 정확하게 딱부러지는 숫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게, 사회활동이 정당과 연관된 사람들도 있고 정당활동을 하면서 다른 시민운동에 발을 걸친 사람들도 제법 있기 때문에 주요 활동이 정당친화적인 사람들을 임의 분류하다보니 그렇다.
상대적으로 노동계나 농민 · 빈민 등 계층,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등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경력을 세밀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이보다 더 많을 수는 있지만, 공보물이나 경력조회 등을 통해 확인된 숫자는 딱 이만큼이다. 전문직, 계층, 계급의 편향성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의회구성이다.
연령분포를 보자. 당선자 중 40~60년대 생이 217명에 달한다. 당선자 전체 평균연령이 약 59세에 달한다. 일반 노동자들을 기준으로 하면 사회적으로 은퇴를 코앞에 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앉아 있게 된 것이다. 반면 80년대 이후 세대는 불과 23명일 뿐이고 이 중 90년대 이후 출생자는 3명에 불과하다. 남성, 50대 이상, 고학력, 전문직으로 이루어진 한국 국회 구성의 전통(!)이 22대 국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와 좀 다른 양상도 보인다. 이번 총선은 무소속 당선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기록을 남겼다. 몇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심판선거라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힘 센 놈에게 몰아주자 분위기가 되다보니 무소속 출마가 별다른 동기부여를 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각 정당의 공천문제라든가 기타 여러 문제가 비화했음에도 결국 제3세력이라는 몇몇 정당에 진작에 문제소지의 인자들이 흡수되면서 굳이 무소속으로 칼부림을 할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다. 각 지역의 무소속 후보들이 실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소속 당선자가 일체 없다는 건 향후 보다 면밀한 분석을 해볼 필요도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보수양당 구도가 더욱 굳건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달랑 3명에 머물렀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새로운미래의 김종민, 진보당의 윤종오가 그들이다. 그런데 이 중 김종민과 윤종오는 더불어민주당의 허락 하에 당선된 사례이다. 진보당이 위성정당으로 들어가면서 더불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윤종오는 당선될 수 있었다. 김종민의 경우는 ‘갭 투기’ 의혹이 드러난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더불이 취소한 덕에 그나마 당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수양당과 경쟁하여 당선된 제3 정당의 후보는 이준석이 유일했다.
이 와중에 제22대 총선은 독자적 정치세력으로서 진보정당이 소거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은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녹색당과 정의당이 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을 창당하면서까지 위기를 돌파하려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제22대 총선은 한국 사회의 정치구조가 총체적으로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래를 향한 전망과 의지 대신 증오와 심판만 난무했다. 편향된 원 구성의 관행은 더 강해졌다. 알량하나마 진보정치의 상징적 실체로 남아 있던 기반마저 증발했다.
우리는 당장에 이 난관을 돌파할 극적인 방안을 창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과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이 사태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 효과는 어떨 것이며,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를 궁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영원히 해답이 없는 문제는 신의 영역일 뿐이다. 당연하게도, 천상의 일은 죽음 이후에나 걱정할 것이기에 신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는 신에게 넘기면 그만이다. 분명하게 드러난 문제들을 참구하다 보면 그 안에서 반드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답을 찾아 나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