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세미나 후기] 노동∙정치∙사람 정치경제학 세미나에 참여하며

-신성민(세미나 참여자)

 저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환경오염과 노동자 착취, 빈부격차의 증대, 민주주의의 파괴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나 대안적인 경제 시스템 등을 자연스레 눈여겨보게 됐습니다. 홀로 학습을 하며, 20세기의 사회주의가 알려진 것과 다르게 완전한 지옥이 아니었다는 사실, 동구권의 많은 기성세대들이 이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론 국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사회주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의 1970년대 경제 예측 실패, 마다가스카르의 사회주의 실험 실패, 통일 이후 사회주의 베트남의 국유화 실패 사례를 접하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국가가 정치, 경제 등 모든 것을 위로부터 주도하는 사회주의의 한계를 본 것입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회의감이 심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노동정치사람 회원이신 분의 소개를 통해서 <길드사회주의>를 읽는 세미나를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1920년대 국가사회주의State Socialism가 긍정적인 대안으로 검토되던 시절부터, 그 한계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사회주의의 길을 모색하는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국가사회주의 실패 이후 대안을 모색할 때 이 책에서 말하는 ‘길드 사회주의’가 주는 유의미한 교훈을 주목했습니다. 즉 현장과 지역에서부터 건설되는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말입니다. 이를 곱씹으며 국가만을 수단으로 의존하는 방법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모임에 계속 참여하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경제 체제를 만들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며 다각도로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미나에선 자본주의와 기술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텍스트를 다뤘습니다. 현대 좌파, 기본소득론, 심지어는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정치세력도 일부 차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가속주의’와 ‘자동화’ 담론의 주요 텍스트부터 봤습니다. 발전된 과학기술로 풍요로운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완전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나 현재 자본주의 플랫폼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탐구해보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읽었습니다.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가속주의 담론이 마르크스주의 및 좌파적 담론의 유의미한 현대화를 시도했단 점을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자동화 담론들이 내세우는 것들이 정말 사회를 올바르게 분석한 것인지 탐구할 수 있었던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를 읽는 시간을 갖고 그들 주장을 비판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들이 놓치는 문제, 심지어는 그들이 설정하는 핵심 전제에서부터 나타나는 한계 등을 볼 때 그렇습니다. 기술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기술관료주의 및 반생태적 문제와, 오늘날 불황의 근본 원인이 그들이 전제하는 ‘자동화’에 있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보다도 핵심은 그들 기획이 근본적으로 이전의 사민주의가 됐건 소련식 사회주의가 됐건 국가중심적 계획경제, 이에서 파생되는 국가중앙권력의 장악이란 목표를 외양만 조금 달리한 채 반복하는 내용이란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 한계와 이러한 정치적 전망으론 담길 수 없는 것을 수차례 봤고, 실행될 수 없으리란 점을 압니다. 따라서 다시 비슷한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 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진행될 세미나에선 특히 생태적 관점과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문제의식과 접목시켜 이에 관한 문제의식을 보다 정연하게 다듬는 커리큘럼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특히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생태학과 정치경제학을 탐구하는 일본의 학자 사이토 고헤이가 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배우는 내용 자체도 인상 깊었지만 단순히 강사 하나가 계속 말을 하는 이런저런 강연과 달리, 이 세미나는 쉽지 않은 텍스트를 참가자들이 다같이 적극적으로 파헤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발제문을 주체적으로 준비해 오고, 열성 있게 의견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학력, 나이, 성별, 활동하는 곳, 관심사가 다양한 주체들끼리 이렇게 열성 있게, 길게 세미나를 진행하는게 꽤 쉽지 않은 일인데 말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세미나의 맥과 주목해야 할 점을 잘 정리해주시는 최윤식 선생님의 노력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르크스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계신 최윤식 선생님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리고 왜 이것이 중요한지 잘 풀어 설명해주셨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의 발언 기회를 잘 보장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번 사회, 그리고 세미나에서 나온 대화를 보기 좋게 정리해주시는 청년 집행위원 분들의 노고도 세미나가 잘 진행되는데 큰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대안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세미나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이 세미나에 오셔서 함께 고민을 나누며, 또 함께할 수 있는 여러 실천도 이야기해보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