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색출과 단죄를 넘어,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의 복지부동과 무능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선관위는 부실한 선거운영과 안일한 대처로 명백하게 유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 국가기관의 무능과 불성실로 인해 민의가 왜곡되는 사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관위의 무능을 규탄하고 책임자를 찾아 단죄하는 데서 멈출 수 없다. 선거 관리의 기술적 부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훨씬 더 큰 규모로 주권자의 뜻을 왜곡해 온 주범은 바로 보수 양당 자신들을 비롯한 양당 체제의 부역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고히 해 온 현행 선거 제도 자체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수백만 표를 무효화하고 훔쳐 가는 기득권 동맹의 도둑질을 끝내야 한다. 보수 양당은 선관위의 무능을 핑계로 얼렁뚱땅 기득권을 지키며 선거 제도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를 외면하지 말고 즉각 정치관계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 보수 양당은 선거 때마다 상대 정당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며, 대안을 바라는 표를 사표(死票), 더 나아가 상대방을 당선시키는 이탈표라고 모욕하며 표를 맡겨놓은 양 협박한다. 민중은 ‘비판적 지지’라는 허울 아래 차악을 선택하기를 강요당하고, 실제로 대안을 선택하는 민중의 의지는 허공에 흩어진다. 이렇게 선거는 민중의 뜻을 수렴하는 장이 아니라, 보수 양당의 기득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식으로 전락한다. 결선투표제를 통해 1차 투표에서 노동, 장애, 성평등, 기후 등 다양한 가치를 내건 대안 세력이 사표 우려, 단일화 압박 없이 당당하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내자.
둘째,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 보수 양당은 소선거구제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제 득표율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얻었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주호남지역에서,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지역에서 60%대의 표로 100%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였고, 다른 지역까지 합치면 수백만 민중의 표를 자신들의 의석으로 둔갑시켰다. 다른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를 훔쳐 의석을 낼름 가져간 것이다. 총선의 경우도 심각하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보수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성정당 ‘꼼수’로 회피하지 않고 같은 득표를 했다고만 가정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석은 각각 14석, 7석씩 줄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23대 총선부터 보수 양당의 도둑질 수단인 소선거구제를 뒤로 하고, 민중의 선택이 대표자의 수로 최대한 왜곡없이 전환되는 전면비례대표제로 나아가자.
선관위의 부실을 바로잡는 개혁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을 정비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본질은 민의의 왜곡을 방지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더 중요한 과제는 민중의 선택이 사표가 되어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반영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노동·정치·사람은 민중의 의지가 왜곡없이 사회의 운영에 반영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다.
2026년 6월 12일
노동·정치·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