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단체교섭 청구 기각, 반노동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독하게 잔인하고 무책임한 판결이다. 지난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려 7년 6개월을 끌어온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청구를 끝내 기각했다. HD현대중공업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철저히 부정하고 대기업 자본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사법 정의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대법원은 2016년 제기된 소송을 이유로, 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채 ‘개정 전 노조법 적용’이라는 낡은 잣대를 들이댔다. HD현대중공업 사업장 안에서 원청의 지시를 받으며 노동해 온 노동자들에게, 단지 근로계약서상에 원청이 없다는 이유만로 명시적·묵시적 관계가 없다며 기각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진짜 사장이 하청 뒤에 숨어 모든 이익과 권한을 독식하고 위험과 책임은 하청에 전가하는 기형적인 원·하청 구조에 대법원이 공식적인 면죄부를 쥐여준 꼴이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다수의견의 비겁한 태도다. 다수의견은 실질적 지배·결정권이 있는 원청에 부당노동행위의 소극적 책임은 물으면서도, 단체교섭과 같은 적극적인 책임은 없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이번 판결이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 어긋남을 인지하는 듯 ‘향후 입법 목적에 맞게 판결’해야한다는 무책임한 유예 선언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기만했다. 지금 당장 생존을 걸고 싸우는 노동자들 앞에서 ‘다음 판결부터 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과연 사법부의 수장이 할 소리인가!

소수의견이 지적했듯 노동3권과 단체교섭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도급인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경제적 사용-종속 관계가 명백하다면, 당연히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것이 상식적인 해석이다. 개정노조법의 사용자성 개정 취지도 같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과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자본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법원의 판결이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할지언정, 우리의 투쟁과 정의는 결코 판결에 갇히지 않는다.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짓밟은 대법원의 반노동적 판결을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진짜 사용자로서 원청의 책임을 인정받고, 일터의 진짜 주인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투쟁할 것이다.

 

2026년 5월 22일

노동·정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