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동・정치・사람 청년연대팀입니다. 청년연대팀은 세계노동절을 맞아 열린 노동절 전야 430 청년학생문화제와 세계노동절대회에 다녀왔습니다. 문화제를 함께 준비한 과정, 문화제, 노동절대회를 치르며 느낀 내용을 청년연대팀장 한성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그 후기를 공유합니다.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어야 할 노동절에도 정권과 자본의 부당한 탄압으로 한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식을 접한 모든 분들이 그러셨겠듯이, 전야제를 마친 뒤 노동절 집회 현장에서 비보를 접하며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한편, 여전히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끼며 다시 일어서야 할 때라는 다짐을 가졌습니다.

여전히 소식을 접한 분들, 특히 유가족과 곁을 지키던 열사의 동지들로써 놀란 마음과 애통함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위로를 건네며, 노동・정치・사람 청년연대팀은 앞으로도 열사의 유지를 이어 긴 호흡과 투쟁으로 어두운 시기를  일하고 차별 받는 모두와 함께 헤쳐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동절을 맞아, 4월 30일 청년학생문화제와 5월 1일 세계노동절대회에 다녀오며

작성: 한성(청년연대팀장)

1.

노동절을 맞아 청년연대팀은 두 대회를 다녀왔다. 우선 노동절 전날에는 청년연대팀이 기획 단위로 참여한 ‘경계를 넘는 우리의 연대: 2023년 세계노동절맞이 청년학생문화제’가 있었다.

 문화제는 용산역 광장에서 오후 5시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약 노학연대, 청년학생, 사회운동 단체 및 좌파 개인 약 1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문화제는 민중 의례를 가진 후, 대학 민주주의, 기후정의, 장애인 이동권, 주거권, 페미니즘, 학생자치, 최저임금, 청소노동자 투쟁 연대, 이주민, 다양성, 성소수자 의제에서 활동하는 청년학생 활동가들의 발언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중간중간 청년학생 노래패들의 민중가요 공연도 있었다. 앞서 말한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이별없는 세대”를 기획단으로 참여한 11명의 주체들이 돌아가며 읽는 낭독극도 인상 깊었다. 나도 이 중 몇 꼭지를 맡았다. 마지막엔 인터내셔널가 제창이 있었다. 

 이번 문화제는 “경계를 넘는 우리의 연대”라는 주제로 기획되었다. 정치적 혼란, 무관심, 낙담이 커져가는 한국사회다. 그 속에서 노동과 연대의 가치는 점점 흐려지고 있는 듯 하다. 그나마 주류 정치, 언론이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 부른 MZ세대로 대표되는 청년 담론에도 노동과 연대, 저항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도생이 이 시대를 이해하고, 돌파할 유일한 해법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속에서 사회운동은 자연히 낡은 진부한 시도 내지 최소한 청년과 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저항하는 사람들, 특히 청년학생 운동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다. 이번 문화제는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경계를 넘어 노동을 중심으로 연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단순히 ‘아직은 저런 사람도 남아있다’는 말이 아니다. 노동과 연대, 청년의 의미를 확장하고 재해석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고 그 성과도 분명히 존재한다. 위에 열거된 여러 의제 발언들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이번 문화제에선 노동으로, 노동과 연대하는 방식의 경계 또한 넓어지고 있단 사실이 강조됐다.

 이번 문화제에서 청년연대팀은 성소수자 의제 관련 발언을 맡았다. 위에서 말한 문제의식을 담아 내가 발언을 준비, 진행했다. 나는 성소수자가 대학 이전 중고등학교에서부터 겪는 차별, 이로 인해 이른 나이부터 소외, 차별에 노출되어 자퇴 그리고 불안정한 삶으로 미끄러지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퇴생 출신의 성소수자 대학생으로서 느끼는 수치를 이야기했다. 차별도 차별이지만 그보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은 대학으로 진입하긴 커녕 여전히 궁핍한 구석에 있어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주는 이질감과 죄책감 말이다. 이럴 때 청년연대팀이 준비하고 있는 ‘무지개교실’ 사업과 그 의미를 얘기했다. 우리는 80퍼센트가 대학에 간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대학에 가지 못한 20퍼센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더 이상 교육이 성소수자에게 성적 수치를 가해 이를 통해 계급적 위치를 할당하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기 위해, 대학 안에 머무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대학 밖의 소수자와 연대하겠다고. 여러모로 낯설 수 있는 내용, 시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고, 인상 깊었다는 평을 건네주며 우리 사업의 내용을 물어보더라. 

2.

  다음 날에는 노동절 당일엔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대회 수도권대회’가 있었다. 노동절대회 수도권대회는 수만명의 대오가 세종대로를 가득 채운 가운데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본대회가 진행된 이후, 삼각지까지 행진이 있었다. 노동정치사람은 여러 회원 동지들과 함께 깃발을 들고 본대회와 행진을 참여했다. 

 이 날 대회 전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동지가 탄압에 항거해 분신을 기도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집회 제목에서부터 이미 노동개악을 위한 퇴행적 시도를 일삼아온 정권을 심판하자는 메시지가 또렷했지만, 비보를 접하니 그 구호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이 투쟁 결의를 다졌다. 본 계획과 달리 건설노조 대오가 선두에 섰고, 이어 여러 산별노조, 지역본부, 연대단위가 뒤를 이었다. 중간중간 극우 단체가 인원에 비해 과분한 규모의 음향 설비로 폭언과 괴성을 지르는 상황이 있었다. 경찰의 통제 또한 과도했고, 대오 선두의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경찰과 충돌해 연행되는 일도 있었다. 노동절에 일어나기엔 부조리한 장면과 상황이 여럿 겹쳐 나타났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대오의 많은 조합원들은 투쟁의 결기가 엿보이는 매서운 눈빛으로 대회와 행진 자리를 지켰다.

3.

 430 문화제에서 나도 함께 낭독했던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시구를 읽으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 시에선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다”라고 하더라. 아쉬움과 그리움을 느끼며 이별할 여유조차 없이 각자도생 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킨게 아닐까 싶었다. 공감이 갔다.

 생각해보면 작년은 ‘이별 없는’ 시간 아니었나 싶다. 대표적으론 이태원 참사와 같이 끔찍한 사건에도 불구, 정권이 애도할 시간, 애도할 공간조차 잠재워버리는 일이 있었다. 한편 신당역 사건과 같이 반복되는 젠더폭력 사건에도 정권과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냉소 내지 무마하려는 상황도 있었다. 반복되는 폭력과 비극에도 이를 냉소하고 적극적으로 억누르는 권력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제대로 애도하고 이별할 여유 없이 살아야 했다.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작년 7월 여학생이 동급 남학생에 의해 성폭력을 겪고 추락사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 직후 곧바로 2차가해와 백래시가 쏟아졌고, 학교 당국과 책임자들은 형편없는 조치로 사건을 덮다시피 급하게 마무리 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분노했지만,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결국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대자보를 쓰기도 하고 나름의 싸움을 시도해봤지만, 사건의 무게에 비해 관심은 조용히 흩어졌다. 단순히 일반 학우나 대중들만 흩어진게 아니었다. 이 사건에 연대하던 여러 페미니즘, 청년학생 단위들이 활동을 마무리 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나 또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다 지쳐 휴학을 선택했다. 작년은 마침 430 문화제도 열리지 않았던 해다. 이전에 비해 문화제가 꽤 급하게 기획된 까닭도 이 영향이 크다. 우연이 아니라 청년학생운동이건 사람들이건 말그대로 이별 없이 쫓기듯 지냈다는 방증 아닐까.

 그래도 오랜만에 치르는 430이니, ‘인터가’를 부를 때, 여러 구호를 외칠 때 꽤나 재미났다. 간만에 만난 사람들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아쉬웠던 기억을 다시 열린 430을 치르며 좀 덜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노동절대회 전부터 황망한 소식을 들으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시가 다시 읽혔다. 이별 없는 시간이 단지 작년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 느꼈다. 한편 단호하게 투쟁을 결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다른 의미로 시가 읽혔다. 마침 시에는 아쉬운 과거에 마음 둘 여유 없이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딱 그 시구가 떠올랐다. 곱씹으며 아쉬워할 여유가 얼마 남지 않은 투쟁의 시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출처: 430 청년학생문화제 기획단 ‘은재’

 여러 상처와 아쉬운 기억과 화해할 여유가 없는 시대, 상처와 아쉬운 기억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시대, 투쟁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를 절절히 체감할 수 있는 430 문화제, 노동절 대회였다. 다른 한편 청년연대팀은 ‘무지개교실’ 같이 과거가 주는 수치와 아쉬움에 머무르기를 넘어, 소수자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연대를 고민하며 시작된 사업으로 이를 이미 실천하고 있다. 이번 430 문화제, 노동절대회, 그리고 청년연대팀 활동을 진행하며 여러 상황을 접했다. 반갑기도 하고, 사실 낯설기도 했다. 분명한건 아쉬움에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고, 그 속에서 여러 교훈을 얻고 있다. 마침 내가 낭독극에서 맡은 꼭지, 시의 마지막 구절은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다”, 그리고 “그러나 우리는 모든 도착이 우리의 것임을 알고 있다”였다. 모든 도착이 우리의 것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동・정치・사람과 청년연대팀 동지들과 함께 먼 투쟁 길을 묵묵히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