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사람 성명 헌법재판소는 위헌적 정당법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득권 정치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된다

[성명] 헌법재판소는 위헌적 정당법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득권 정치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된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 1월 26일인 오늘, 헌법재판소에 정당법 제3조와 제17조, 제18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노동·정치·사람은 이번 헌법소원 청구의 취지와 근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가치 실현을 위해 조속히 판결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노동·정치·사람은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될 지역정당 운동을 제안·실천하고 있으며, 지역정당네트워크를 통해 부조리한 현행 정당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이미 제기한 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명백히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정당법에 대한 잇따른 헌법소원 청구에 대한 판단을 서둘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제1항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반면 현행 정당법은 정당 설립 요건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다. 정당법이 헌법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법으로 인해 자유로운 정당 설립이 가로막혀 있는 탓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등장하여 선택받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복수정당제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만 뒹굴고 있다.

현행 정당법은 전국 정당 이외의 모든 형태의 정당의 발생과 발전을 금지하는 것에 다름 없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도록 지방자치의 단단한 토대가 되어야 할 지역정치, 지역정당은 정당법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지역적 범위에서 뿐만 아니다. 지역과 무관한 의제 정당이나 부문 정당은 물론 정치개혁이 요구될 때마다 언급되는 해외 온라인 정당 사례도 대한민국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한 이야기에 그치고 있다.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정당법 제3조, 제17조, 제18조

오늘 헌법소원이 청구된 대상 정당법 제3조, 제17조, 제18조가 바로, 자유로운 정당 결성과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독소 규정이다. 이들 조항은 이미 직접행동영등포당, 은평민들레당, 과천시민의당에서 청구한 헌법소원에서도 동일한 취지에서 헌법소원의 청구 대상이 된 바 있다.

각 조항을 살펴보면 이렇다. 정당법 제3조는 반드시 ‘중앙당’을, ‘서울’에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중앙당을 설치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정당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에 더해, 서울과 무관한 정당도 정당으로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누가 보아도 위헌적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비슷한 사례 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정당의 조건을 제한하는 정당법이 없는 나라가 더 많은 게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이니, 정당법 없는 정치를 상상할 수 없는 한국 사회는 얼마나 이 위헌적 정당법에 길들여져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조차 아득하다.

다음으로, 정당법 제17조는 5개 이상의 광역 시 · 도에 광역 당부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어, 제18조에서는 각 광역 시 · 도당마다 당원이 각각 1천 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당의 자격을 법으로 정하는 것도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지 않은 일인데, 그 정당의 자격조차 자유로운 정치 활동의 보장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단순 규모 기준에 따라 재단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정당 설립을 보장하는 ‘헌법’, 정당을 정당이라 부르지 말라는 ‘정당법’

대한민국의 정치관계법 체계(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에서는 등록 강제주의에 따라 등록된 정당만이 ‘정당’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정당법의 허락을 받지 않은 정당은 ‘정당’ 명칭 사용뿐만 아니라, 정치 활동도 제한받는다. 헌법은 자유로운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정당법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정당 설립은 물론 정치활동도 불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모순이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해놓고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역사적으로 모순적 정당법의 뿌리에는 박정희 쿠데타 세력이 있다. 민주정부를 쓰러뜨리고 정권을 낚아 챈 군부가 헌법 개정(1962, 제5차)과 함께, 본래는 존재하지 않던 정당법을 제정하여 자유로운 정당 설립을 막아버린 것이다. 60년 전 쿠데타의 그림자가 너무나 길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이래로 모든 민주사회에서는 자유로운 정당의 결성과 활동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어 왔다. 한국 정당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정당법으로 인해 2023년의 한국 정당 정치는 1962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정당 설립은 물이 아래로 흐르듯 당연해야 한다

정치적 요구와 이해에 따라 다양한 정치세력이 발생하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어나야 하는 기본적인 현상이다. 그 가운데 정치적으로 비판 받거나 지지 받으며 사라지고 성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 정당의 생존 법칙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그대로 지역과 의제와 부문을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정당 설립이 가능해야 한다.

노동·정치·사람은 다시 한 번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한 동의와 지지를 확인한다. 정당법의 모순을 깨어 허물기 위해 정당법에 가로막힌 민주주의 발전의 길을 터 나가기 위해 정당법에 맞서 싸우는 모든 세력과 연대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헌법재판소에 강력히 요구한다. 이제 헌법재판소는 정당법의 기득권에 올라탄 최대 수혜자인 정치권 눈치 살피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정당법의 위헌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당당히 내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당법을 비호해 온 세력이 기존 정치권이었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까지 침묵으로써 그 모순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된다. 말 뿐인 정당 설립의 자유가 아닌 명실상부한 정당 설립의 자유로 나아가 60년 동안 한국 정치를 억누르고 있는 무겁고 답답하기만 한 현행 정당법 체계를 이제는 주저함 없이 청산해야만 한다.

 

 

2023년 1월 26일

노동・정치・사람

 

※ 관련 보도

– [여성신문] “신생정당 사실상 봉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정당법 헌법소원(2023.1.26.)

– [한겨레] 당원 500명으로는 창당 안 돼?…페미니즘당 “정당법 위헌”(202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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