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노동정치사람 송년회 참가 후기 – 우리는 함께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유달리_ 회원
– 서울을 떠나 산 지 18년이 되었고, 어린이의 일상을 돌보는 노동을 하고 있으며, 잘 모르는 정치라도 외면하려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살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밤 사이 중부 곳곳 눈..”
뉴스를 듣다가 내일 새벽에 계획보다 일찍 집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신탄진부터 함박눈이 거세게 내렸습니다. ‘충청도를 벗어나면 정체가 풀리겠지. 일찍 출발하길 참 잘했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충청도를 벗어나 예상대로 도로에 해가 비치니 막혀있던 도로가 풀리고, 차들은 고삐가 풀리고…….
“너희 그러다가 사고 난다, 칼치기 하지 마라~ 내 앞에서 사고 내지 마라 이 자식들아!”
결국 경기도권에서만 세 건의 추돌사고를 목격하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장장 4시간 반 만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햇볕 한조각 들지 않는 도시의 한파를 뚫고 노정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송년회의 주요 프로그램 절반이 끝나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사무실은 예전 같지 않게 따스했습니다. 그동안은 늘 회원총회 같은 딱딱한 격식의 행사 때에만 노정사 사무실에 왔었는데, 천장을 꾸민 풍선이라니! 샌드위치와 딸기, 파인애플, 비건 깍지콩 볶음이라니! 아니 여기가 노정사 사무실 맞나요? 잠시 사무실을 두리번거리다가 테이블 한 가운데 캔맥주로 쌓인 탑을 보고는 익숙함에 안도했습니다.
행사는 경품추첨을 할 차례였습니다. 추첨으로 받는 선물인데, 멀리서 고생하며 왔다며 집행부가 일부러 저를 콕 찍어서 선물을 주셨습니다. 어머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히 미안스럽기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주시는 선물 감사 인사를 하고 잘 받았습니다.
경품 다음에는 애장품 경매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뭐라도 하나 낙찰 받아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해가야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야구선수 이대호의 사인볼이 올라와서 손을 들어보았습니다. 2만원, 2만 5천원, 3만원, 하더니 갑자기 7만원을 부르셔서 포기. 사인볼은 더 간절하신 회원님께 돌아갔습니다.
사인볼 말고도 국내 최초 성소수자 의료 선택 과목을 개설하신 윤현배 회원님이 준비해오신 가정용 상비약 세트, 전동으로 돌아가는 와인병따개, 집행부의 박정직 회원님이 전노협 창립대회 역사적 순간이 기록된 사진을 경매에 내셨습니다.
모든 물품에 의미와 사연이 담겨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경매 현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물품은 현 집행위원장이신 김태식 회원님의 얼굴이 담긴 티셔츠였습니다. 박예준 회원님의 멋진 기술로 직접 제작한 티셔츠로 노정사의 문화재로 남기기 위해 고가에 낙찰되었고, 힘찬 필체의 사인까지 남겨 그 가치를 배로 높였습니다.

코로나로 수 년간 못 만났던 회원님들의 그간 소식을 듣게 되어서 반갑고, 새로운 분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그간 얼굴만 알던 사이도 송년회에서 만나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외로움에 휩쓸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이렇게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심을 주고 받아야 나와 우리를 잃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자주 만나기는 어려워도 서로 말과 뜻이 통하는 사람들 간에 오가는 농담과 웃음이, 관심과 걱정이, 환대와 온기가 서로를 지켜주는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줄 수 있겠지요.
늘 든든한 이덕우 대표님, 이용길 회원님, 가장 먼 곳에서 와주신 이장규 운영위원님, 한파를 뚫고 오셔서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김혜경 대표님을 뵈며 용기와 희망에 다시 불을 켜고 돌아왔습니다. 멋진 송년회를 준비하신 노정사 집행위원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