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사람 1차 정치경제 세미나를 마치고 2차 세미나를 준비하며 - 노동·정치·사람 편집팀장 최윤식

 

노동·정치·사람은 거제 대우조선 희망버스 투쟁기간(7월 24일)을 제외한 5월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10주간 “한국 자본주의사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세미나 리더를 맡았던 저의 기조발제 후 간단한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였고, 6주차와 10주차의 두 차례 토론시간을 통해 세미나 참가자분들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세미나의 기본 목적은 지금의 정체된 진보운동의 문제점과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노동정치의 방향을 세워가는데 있었습니다. 우리 노동정치사람은 진보정치운동이 표류하던 2018년 창립한 이후 지난 4년 간 다양한 정치활동을 진행해 왔지만, 정치조직으로써 지금의 한국자본주의와 진보정치의 방향에 대한 분명한 자기전망과 내용을 지니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기 어려운 것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사회와 진보정치를 이해하는 우리의 비판적 문제의식과 대안적 운동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대안 정치운동을 위한 사상적, 이념적 토대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의 기본 문제의식은 지금의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의 위기는 ‘87체제’를 수립한 ‘86세대 운동’이 지금껏 청산되지 못하고 장기 지속되고 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산업화 세력’으로 정의되는 한국의 우익지배세력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통해 수립된 한국의 87체제는 그것을 주도한 운동진영에서는 제국주의로부터의 종속성을 탈피하고 개발독재에 기반한 발전국가로부터 국가주도 사회화의 길로 나가아고자 했던 20세기 구좌파의 사회주의 운동의 이념에 기초했지만, 현실에서는 시장주도 축적체제인 신자유주의가 수립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전세계의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 과정은 진보진영의 이념적 후퇴를 야기했으며, 국가자본주의와 국가사회주의라는 근대적 사회시스템 모두에 저항했던 포스트 담론들의 뒤늦은 수입은 새로운 자본축적체제에 대한 올바른 비판과 저항을 형성하기 보다는 운동의 후퇴와 제도적 편입을 가속화했을 뿐이라는 것이 우리의 평가였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도출한 우리의 결론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국가주도 자본축적 시스템에 맞서 중앙권력을 장악하여 국가주도 사회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자 했던 지금까지 진보정치운동의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노선”이 더 이상 한국의 자본축적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진보정치운동이 낡은 과거의 정치기획임을 인지해야하며, 자본에 의해 파편화된 노동을 조직하기 위해서 중앙 중심의 하향식 조직화보다는 지역과 현장에 기반한 조직화가 필요하다 것이 우리의 첫번째 결론입니다. 둘째, 유연화되고 파편화된 임노동 관계 속에서는 노동의 계급성이 이전처럼 안정된 고용과 작업장에서가 아닌 지역과 생활영역에서 조직된 계급 공동체를 통해 노동의 생산적 연계와 재생산을 스스로 보장해가면서 조직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노동운동의 조직화가 지금의 작업장별 노조로부터 고용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조직, 노동의 유연성을 자본의 일방적 이해가 아닌 노동자의 자기이해로 관철하며 작업장의 이전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지역 기반의 조직으로 새롭게 변모해야 하며, 노동정치 역시 중앙정치에 경도된 낡은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노선으로부터 지역정당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현장의 사회화를 추진해나가는 조직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노동·정치·사람 편집팀은 9월 말부터 우리의 정치기획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이론화해 나갈 후속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국가주도의 하향식 사회화로 나아갔던 구좌파의 기획과 달리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사회화를 추구했던 1920년대 영국의 길드 사회주의 운동과 이탈리아의 평의회 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현재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적 사회주의 운동의 내용과 현황을 함께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학습없는 조직은 반드시 정체하며, 사상적, 이념적 무기가 준비되지 못한 투쟁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편집팀은 앞으로 노동·정치·사람이 한국사회의 의미있는 정치조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내부학습을 정례화하고 지속화할 계획입니다.

관심있는 동지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