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희 | 한의사, 노동·정치·사람 회원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첫 번째, 매번 “이번 감기 독하대”라는 말을 들을 때. 맹세코 1년 내내 언제나 빠짐없이 저 말을 듣는다. ‘이번 감기는 가볍대’라는 비교 대상 없이 늘, 항상, 매번 이번 감기가 독하다고 한다면 이 말은 정보값이 0이다(= 하나 마나 한 말이다).

두 번째, 매년 3월 초에 “봄인데 왜 이렇게 추워”라는 말을 들을 때. 사실 3월 초는 늘 춥다. 적어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2월 초보다 3월 초의 평균 기온이 더 낮았다. 12월 초보다 3월 초가 춥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젠 외우자. 그리고 서울 기준으로 3월은 봄도 아니다. 기상학적인 정의상 겨울이다.

세 번째, “요새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라는 말을 들을 때. 아니다. 요새는 오히려 좋아진 편이다. 내가 기억하는 봄 하늘은 늘 흐린 회색이었다. 그리고 가을을 제외한 다른 계절도 대체로 하늘은 뿌연 편이었다. 가을에만 독보적으로 하늘이 파랬기 때문에 ‘아, 그래서 애국가에서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납득했다. 88올림픽 기간 내내 화창하면서도 하늘이 파랬기 때문에 ‘와~ 날씨가 올림픽을 도와주는구나. 외국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드물게 푸른 하늘을 보고 가서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지겠네’라고 생각했었다. 90년대까지도 실외 공기질이 너무 좋지 않아서 서울엔 노천 카페나 노천레스토랑이 전무했다. 천연가스 버스가 도입된 뒤에야 노천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소적인 미세먼지 문제는 더 심각했다. 바로 담배 연기 때문이었다(담배 연기나 고기, 생선 굽는 연기도 미세먼지다. 뉴질랜드처럼 공기 맑은 나라에서도 실내에서 구이요리를 하면 미세먼지를 엄청 들이마시게 된다. 흡연은 미세먼지를 농축해서 들이마시는 것이다. 미세먼지 걱정하시는 흡연자분들은 담배부터 끊으시길). 90년대까지는 버스 기사들이 승객이 뜸할 때는 버스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웠다. 교사나 교수들도 교내에서 담배를 피웠다. 남자들은 집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집회 장소에도 담배 연기가 매캐했다.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웠고, 운동권들은 알량하게 비흡연자 배려한답시고 ‘굴뚝수 제한’이란 걸 했다. 한 테이블에서 동시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 숫자를 한둘로 제한하는 것이다.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전혀 배려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나는 위생과 유해물질에 대해 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편이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낙관하는 편이다. 그리고 눈대중이 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크기는 가시광선(우리 눈에 보이는 빛)의 파장과 비슷하기 때문에 딱 보기에 맑아 보이면 기상 뉴스를 보지 않더라도 안심하고 나갈 수 있다. 황사(모래먼지)는 가시광선보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황사는 좀 많더라도(농도가 높더라도) 시야가 덜 뿌옇다. 그리고 입자가 클수록 우리 코에서 잘 걸러내고 폐까지 덜 도달하므로 덜 해롭다.

완전히 밀폐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마스크는 사실 미세먼지를 막는 효과가 별로 없다. 다만 마스크를 쓰면 호흡기가 덜 건조해져서 촉촉한 점막이 미세먼지를 잘 붙들어 가래나 콧물로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 사실 우리 몸의 점막이 미세먼지를 잘 포착해주도록 돕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려면 점막이 촉촉해야 하니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답답하다고 입으로 숨을 쉬면 미세먼지가 폐까지 직통으로 들어오게 된다(한약 중에는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주거나 비염을 치료하는 처방들이 있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각해도 실내 공기보다는 실외 공기가 낫다. 특히 굽는 요리를 했다면 미세먼지 수치와 무관하게 환기를 시켜야 한다.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는 삼겹살 구이는 사실 미세먼지를 집중적으로 들이마시러 가는 것이니 공기 나쁜 날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공기청정기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미세먼지 ‘나쁨’ 날이라고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라돈, 벤젠 등 기체 상태의 오염물질이 계속 누적된다(신나, 페인트 냄새 등도 발암물질인데 집안에 계속 스며 나온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도 환기를 시키고 바깥 공기를 들여온 뒤, 창문을 닫고 분무기로 집안 공중에 물을 뿌리고 걸레로 바닥을 닦아내는 것이 좋다. 이 방식은 빗물로 공중의 미세먼지를 씻어내려서 비 온 뒤 공기가 맑아지는 효과를 재현하는 것이다. 돈도 들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 집 주위에 나무를 심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