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 노무사, 노동·정치·사람 회원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면 사용자는 그 노동자의 치료비, 일하지 못하는 동안의 생계비 등을 지원할 의무를 갖는다. 이러한 사용자의 의무를 보험 형태로 만들어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운용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사용자의 의무를 보험 형태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해당 보험료는 전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한다.
이러한 산재보험의 원리는 사업장에서 가지는 고유한 위험을 온전히 사용자에게 귀속시키는 이념에서 시작한다. 즉 이익을 독점하는 기회를 갖는 대신 그 이익을 발생시키는 과정의 위험부담은 사용자가 져야 한다는 형평성에 근거한 이론이다. 산재보험은 이러한 의미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노동자 1명 이상을 고용하는 모든 사업·사업장에 적용된다.
산재보험은 국가보험이고 그 보장성 기능도 사보험에 비하여 우월한 편이다. 다만 꽤나 까다로운 입증을 요구하는데,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상병이 발생했다는 부분을 집요하게 묻고 확인한다. 때문에 노동자가 산업재해 신청을 해도 거부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재해 자체가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입증이 없다는 것이 주요한 골자이다.
이는 산업재해보상의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지운 보험시스템이 일차적 원인지만, 간결하게 재해를 입증하는 행동요령을 조직화되지 못한 노동자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다. 실제로 꽤 잘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산업재해 승인율이 일반 미조직 노동자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응급대응 요령을 설명하고자 한다.
▲ 첫째, 업무로 인하여 다쳤다면 반드시 목격자를 확보하거나 다친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야 한다.
업무 중에 재해를 입는 경우는 부지기수고 그 요인 또한 여러 가지다. 만약 직접적인 목격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신원과 연락처 정도는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급적 목격자와 재해 정황에 대하여 문자나 카톡 등 기록이 남는 수단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한편 직접 본 사람이 없거나 타인이 시각적으로 재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예컨대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다 허리를 삐끗하는 재해 등)에는 빠른 시간 내에 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재해 발생 사실을 알리기 가장 좋은 타인은 노동자의 노동 제공을 관리하는 관리자, 또는 상사다. 알리는 요령은 위와 마찬가지로 시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문자, 카톡, 업무일지, 인트라넷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 둘째, 재해를 당했다면 아무리 늦어도 3일내에 병원에 내방하여, 적절한 재해 경위를 진술해야 한다.
산업재해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은 무엇보다 ‘의료기록’이다. 의료기록은 상병의 존재 여부, 상병의 발생 원인, 재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병원에 늦게 가면 갈수록 재해와 업무의 인과관계는 의심받게 되며 쉽게 업무상 발생한 재해가 부정되는 원인이 된다.
병원에 내방하여 재해 노동자가 취해야 하는 조치는 바로 구체적 재해 경위에 대한 진술이다. 그리고 이 진술은 초진의무기록에 그대로 담겨야 한다. 통상 주치의는 구체적 상병 발생 경위를 알기 위해 문진을 통해 초진의무기록에 작성한다. 이때 재해 노동자는 자신의 재해 경위에 대하여 소상하게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설명하여야 한다.
예컨대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주치의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이틀 전 나는 새로 부임한 상사로부터 xxx새끼와 같은 욕설을 3차례 정도 점심 전에 들었고 그날 이후 불면증, 심장의 두근거림과 같은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기타 근골격계관련 재해나 외상성 재해 역시 이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셋째, 아프면 제발 쉬어야 한다.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일정한 기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 즉 일하지 않으면 임금이 없기에 삶의 위협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산업재해보험은 노동자가 재해로 인하여 휴직한 기간 동안 휴업급여를 제공하여 노동자가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조력한다. 그러나 재해로 인한 휴업급여는 오로지 재해 때문에 휴식한 노동자에게 급여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즉 아픈 노동자가 참고 참아 노동력을 제공한 사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가 특히 우려하는 것이 재해 상태로 업무를 계속하는 행위인데, 그로 인해 상병 상태가 만성적 질환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실제로 외상성, 질병성 근골격계 질환은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히 회복된다는 것이 의료진의 대체적 견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병 부위를 쉬지 않고 계속 가동하면 돌이킬 수 없는 만성적 질환이 되고, 이 질환으로 인하여 노동력 제공이 불가능해지거나 일부만 가능해진 경우 이를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현재 내가 수행하고 있는 사건 중 하나의 사례를 들어 이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어느 건설 대기업에 다니는 관리직 사원이 승진에 반영되는 현장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현장직에 지원했다. 그 노동자는 현장을 시찰하는 도중 비가 와 생긴 웅덩이에 발이 빠져 후방십자인대 등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내용 자체는 명백히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이다. 그러나 다음 상황 전개로 인하여 현재 2년이 넘도록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해 분쟁 상태에 빠져있다.
먼저 그 노동자는 자신이 다친 사실에 대하여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다만 공사관계자들에게 지나가는 이야기로 넘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병원에 가지 않고 1개월 가까이 파스 등을 이용하여 자가치료를 하였다. 그러나 상병은 낮기는커녕 악화되었다. 의뢰인은 그제야 이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회사에 재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회사의 반응은 냉정했다. ‘1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당신이 일하다 다쳤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가 회사의 대답이었다. 의뢰인은 억울한 마음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험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불승인’이었다. 재해 사실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불승인의 이유였다. 만약 이 노동자가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사안을 지켰다면 어땠을까? 나와 같은 노무사를 통해 비용을 드려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5일 내외면 보상과 치료를 위한 휴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늘은 산업재해에 가장 중요한 지식을 말씀드렸다. 산업재해보험 처리가 아니라도 위 세 가지 조치는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 회사와 공상합의를 하더라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