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희 | 한의사, 노동·정치·사람 회원

 

중학교 1학년의 어느 날, 초경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는 성매매의 수요와 공급에 괴리가 커서 (=성판매 여성이 부족해서) 인신매매가 극성이었다. 나는 인신매매를 당해서 강간당하면 임신을 하게 되는 몸이 된 것이 두려웠다. 늘 그렇듯 엄마와 나는 그때도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생리대를 사면 시커먼 비닐봉지에 담아 주었다. 누군가에게 보이면 안 되는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한 상황과 성서에 나오는 부정적인 인식이 합쳐진 결과, 나는 월경을 거의 질병으로 인식했다. 월경혈 역시 상처에서 나오는 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상처가 아물 때까지 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듯, 월경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전혀 물로 씻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했다.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조차 몰라서 누구에게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월경 때는 깨끗한 물로 자주 씻어 주고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대체 누구에게 배웠어야 할까? 물로만 씻는 것이 좋고 질 내부는 어떤 청결제나 비누 등으로도 씻지 않는 것이 좋다는 사실도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곳’을 만지거나 쳐다보는 것조차 말할 수 없이 두려웠기 때문에 월경이 끝난 다음에도 샤워기로 그냥 물이 흘러내려가며 씻기기만을 기대했다. 내 몸인데도 만질 수 없는 언터쳐블(untouchable)이었고 언급할 수 없는 그거(You-Know-What)였다. 그 당시 나의 학교 성적은 전교 1등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었는지! 월경에 대한 무지로는 너와 내가 따로 없었다.

내 친구 1의 사례
“생리 때 움직이면 안 되는 줄 알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어. 그랬더니 아주 천천히 흘러나와서 무려 14일이나 생리가 지속됐어. 엄마한테 앞으로 인생의 절반을 이렇게 누워서 생리해야 하는 거냐고 말하면서 울었어.”

내 친구 2의 사례
(화장실 옆 칸에서) “앗, 따거따거! 생리대 갈 때 너무 따가워.”
“…??? 왜 따가워??”
“뗄 때 아프잖아.”
알고 보니 그 애는 팬티에 붙이는 스티커 부분을 살에 붙이고 있었다(!!!)

남자들의 무지는 좀 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된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여성주의 행사를 하면서 월경에 대한 내용을 포스터로 만들었는데, 거기 익명 의견란에 ‘여자들이여! 남자친구를 위해 생리를 좀 참아 봐라!’는 말이 쓰여 있는 걸 보고 다들 아연실색했다. 스무 살 넘은 남자가 월경이 대소변처럼 참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다니(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나는 내 아들의 만 5세 때부터 월경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었다).

수치스러운 월경 중이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되었기 때문에 월경혈이 바지에 새어 나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갑자기 월경이 시작되었을 때 ‘생리 터진다’라고 하는데, 그러면 자신도 모른 채 피가 옷에 배어 나온 상태로 다니게 된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얼른 다가가 조용히 엉덩이를 가릴 만한 것과 생리대를 건네주면서 ‘생리혈 묻었어요’라고 알려주는 것이 여자들의 암묵적인 의리다. 나도 그런 호의를 받기도 했고 전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전염병도 아니고 범죄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려야 하지? 피로 맺어진 여자들의 유대조차도 월경을 은폐하고 검열하는 이데올로기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제 월경혈이 다리 사이로 계속 흘러내리는 채로 마라톤을 완주한 여성의 이야기에 더 끌린다. 월경이란 말을 애매한 생리(生理)라는 말로 바꾸고 그것도 민망하다고 위생용품이라는 뜻 모를 단어로 대체하는 꼴이 싫다. 위스퍼(whisper), 화이트(white) 같은 이름을 보면 배알이 꼬이고 로어(roar), 크림슨(crimson)같은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싶어진다.

낮에 월경혈이 새어 나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밤이었다. 대체 얼마나 연구개발을 안 하길래 특대형 오버나이트를 써도 늘 잠옷과 이불에 월경혈이 묻는 걸까? 안 그래도 월경 때는 피곤하고 잠이 쏟아지는 나로서는 새벽마다 손빨래까지 해야 하니 번거로웠다. 나중에 아기 기저귀라는 꿀팁을 알게 되었다. 아기 기저귀는 훨씬 넓고 길어서, 자는 동안 월경혈이 폭발하거나 자면서 굴러다니거나 오래 자도 새는 일이 없었다. 촉감도 아기 기저귀가 더 보들보들하고 좋았고 심지어 더 저렴했다.

월경혈 새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월경통이었다. 월경통이 심해서 이틀 정도는 거의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 당시 나는 우유를 좋아해서 하루에 우유를 거의 2리터씩 마셔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유만 끊었어도 월경통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식단을 조절하고 천생리대를 쓰고 난 뒤 월경통은 많이 감소했고 월경컵을 만난 다음에는 자원낭비나 번거로운 빨래도 확 줄었고 월경통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월경컵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