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 노무사, 노동·정치·사람 회원

 

노동자 그리고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나 노동자 한 명을 회사에서 찍어내기 위해 위협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의외로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 형사사건이다. 노동사건에서 형사적 쟁점이 떠오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사용자가 고소나 고발 그 자체로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무력화시키려 할 때다.

최근 노동사건에 변호사 진입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양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과거에는 노동조합을 상대로 하던 형사고소, 민사, 손배가압류 등의 행위가 일반 노동자 개인에게 여과 없이 취해진다. 예컨대 체불된 임금을 지급해 달라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내었더니 회사 비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신고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 등 사용자 행위를 문제 삼으면 노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그러하다. 실제로 내가 수행한 사건 중엔 정직처분을 받은 다음 날 자신의 신발을 찾으러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건조물침입으로 고소당한 일도 있다. 이처럼 노동자의 어떠한 권리행사에 대응하는 사용자의 하나의 방편으로 형사고소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형사고소를 하고 나면 사용자 측은 이를 빌미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처벌불원이나 취하를 조건으로 노동자가 제기한 임금체불 등 문제에 대해 합의종결을 요구한다. 응당 부당한 일이다. 일단 형사고소를 당하게 되면 피고소인인 노동자는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한다. 수사기관에서 오는 전화나 소환통지서 그 자체로 심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

나는 사건을 진행할 때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에 상당히 분개한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 그 때문에 이러한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의 의도대로 합의하거나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다만 형사사건의 방어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노동자는 일단 사용자가 부적절한 목적으로 제기한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온다면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각종 권리주장이 더욱 힘을 가질 수 있다. 앞서 이야기 드렸던 정직기간에 회사에 침입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노동자의 경우도 건조물침입 혐의가 무혐의로 결정되고 그 결과 노동위원회 사건에서 무단침입과 관련한 징계혐의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나아가 해당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묻는 사건에서 사용자의 고의적 직장 내 괴롭힘 주장이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전반적인 기조는 이렇지만, 조심해야 하는 경우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폭력·파괴 행위는 피하자. 만약 상대가 다소 거칠게 나온다면 강한 신체접촉(?)을 다소 허용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입증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 둘째, 확인되지 아니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유포하는 행위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불분명한 사실을 노동자 다수에게 적시하거나 전달해야 한다면, 내가 그렇게 믿을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또한 그 내용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공공의 이익 또는 노동자의 합리적 권리주장과 연계되어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셋째, 공익적인 제보나 사용자의 과실이 있다면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게 좋다. 사용자에게 별도로 연락하여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는 역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크다. 실제 실무에서 노동쟁점과 관련이 없는 일로 사용자를 상대로 협박하여 처벌받은 사례가 종종 있다. ▲ 넷째, 사용자의 직무와 관련한 정보가 노동자의 권리관계 입증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수집할 것을 권한다. 다만 수집 후 이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한편 이렇게 취득한 자료를 불필요하게 외부에 공개하거나 게시해서는 안 된다. ▲ 다섯째, 모호한 일이 있다면 가능한 사용자에게 알리고 수행하자. 노동자가 정당하게 처리한 업무조차 배임·횡령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

위 사안들은 예시적인 주의사항이다. 위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다소 주의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면 노동사건 권리주장에 사용자의 형사고소 대응은 오히려 우리에게 반격의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