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 노무사, 노동·정치·사람 회원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규율하는 정치. 이 단체의 이름이기도 한 세 단어 노동·정치·사람은 어쩌면 이 세상의 본질적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라 나는 생각한다.
노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예컨대 노동법률은 입법에 큰 진통을 겪는 일이 보통이다. 임금, 휴식, 안전 문제까지 언제나 ‘자본’이라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큰 힘과 ‘사람’이라는 힘이 대결적 양상을 가지고 투쟁의 과정을 거친다. 어쩌면 태생 자체가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논리에서 태어난 노동법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노동’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노동의 영문 표기 ‘labor’라는 단어의 어원 ‘la’는 라틴어로 ‘기도’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노동하는 자는 ‘기도하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 단어이다. 다시 말해 노동은 특정 계급의 무엇이 아닌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신성한 방법 내지 수행을 의미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노동의 정의는 사람의 그것이라고 정의해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노동의 범주는 좁은 의미의 노동이 아니다. 한국의 법상 개념인 노동은 가장 좁게 노동을 해석하고 있다.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수령하는 일종의 쌍무계약” 이러한 기본적 채권·채무 관계로 해석하는 견해와 더불어 ‘종속성’이라는 개념을 더해 노동을 해석한다. 쉽게 이야기해 사장님께 월급을 받으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만을 노동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노동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이미 좁은 의미로서의 노동자의 개념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97년 국가부도사태에 따른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겪으며 변화했다. 이제 이를 뛰어넘어 자본가의 통제 범위를 넘어 시스템의 통제를 받는 비전형적 노동까지, 노동의 범주는 인적 종속 노동의 개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조직화되지 못한 90%의 노동자, 그리고 그 노동자의 범주로도 잡히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종속성이 강한 도급형 자영업자와 같은 가맹점주들까지. 과거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보호할 수도 없는 시대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온전하게 담아내려면, 우리는 다시 노동의 근본이 사람이라는 부분을 상기하고 노동의 범주를 확대하여 온전하게 사람을 위한 것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노동·정치·사람이 이러한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종속성을 가진, 또는 그렇게 보이도록 하여 노동자의 범주를 넓혀 나가 그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일을 하는 노무사이다. 그리고 앞으로 ‘노동·정치·사람’의 웹진을 통해 다소의 노동법 관련 지식을 드리고, 나아가 위에 언급한 노동의 범주를 넓혀 나가는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부분을 약속드린다. 앞으로 연재할 글에서는 법률적 지식은 최대한 자제하고 현장에서 쉽게 적용 가능한 ‘인식’의 기술을 이야기 드릴 것이다. 또한 방법론을 넘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을 제시할 것이다. 잠시 각오를 피력하고, 우리 단체의 출범을 자축하며 무엇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긴 점에 대하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