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6월 21일 진행된 “사법농단대응을 위한 시국토론회”에서 한상희 공동준비위원장이 발제한 내용 중 중요 사항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적 의미
■ 사법농단의 배경-사법부의 고질적 병폐
□ 정치사법
- 주요한 정책결정 및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정치적 공론과정이 아닌 사법과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현상 : 학생운동조직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 전교조 사건 등 각종 노동사건, 특히 노조 및 조합원에 대한 고액의 손배청구 인정, 내란음모사건 및 통진당 해산사건 등
- 사법관료에 의한 정책판단은 공론과정을 통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배제하고 탈정치화 현상을 가속시킴
- 사법이 정치의 대체물이 되거나 정치의 매개로 작용
□ 계급사법
- 재벌과 대기업의 이해관계 및 이를 비호하는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호응하여 사회를 순치 조정하는 역할
- 노동자에 대한 억압이나 착취를 정당화하거나 저임금, 노동유연화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편향적 판단 : 쌍용자동차, KTX 승무노조, 쟁의에 업무방해죄 인정, 노조 및 조합원에 대한 고액의 손배청구 인정 등
- 노동계를 다른 시민사회영역과 단절시키고 노동계의 이해관계를 반사회적인 것으로 규정하고자 의욕
- 재산권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자본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판단 지속 : 택지소유상한제 위헌 판결 등
□ 관료사법
-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보조자 내지 담지자로서, 자본의 이익을 수행하는 대리인으로서 역할하는 구조가 사법부 자체의 관료주의적 구조로부터 재생산
- 법원의 독립성이라는 외관 하에 주권자로부터 자유로운 폐쇄집단을 구성하고 스스로 권력화
- 순혈주의식 법관충원제도,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인사권, 도제식 법관훈련체계 및 가부장적 서열문화 – 제왕적 대법원장제의 기반
- 금번 사법농단의 가운데에 법관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전국의 법관들을 승진경쟁에 뛰어든 법관과 “승진을 포기한 자(승포자)”로 양분 : ‘승포자’는 마치 무능과 게으름과 반항의 상징처럼 오도하면서 이들을 인사권자의 지휘와 명령을 거부하는 일탈자로 낙인
- 승진이라는 개인적 욕망을 위해 ‘사법과 국민을 포기’하도록 유도
■ 현 사법농단 사건의 의미
□ 총체적 비리와 사법권 오남용
- 사법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를 악용하는 정치환경, 이에 편승한 전직 대법원장의 탐욕의 결합
- 유신체제 등 과거 군사독재 권위주의정권의 구태가 양승태 대법원에서 통치행위라는 명분으로 면죄부를 획득
- KTX승무노조, 전교조, 통상임금, 쌍용자동차 등 노동사건, 원세훈 국정원장 재판, 통합진보당 의원면직공작 등 정치사건은 사법을 이용한 수구반동 기득권세력의 변종폭력
□ 법원의 구조적 문제
- 수직적 위계구조 – 가부장적 기수서열문화, 선민적 엘리트주의
-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 비리생산구조의 중핵을 이루고 있는 조직 : 사법적 병폐가 발생하는 중심
- 현 사법농단 파동은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재판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법관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줌
- 법원행정처의 구조는 최악의 인사효율성을 보여주는 반면 최적의 관료화를 보여줌
- 엘리트 법관이 법원행정처를 경유하면서 중앙 지배의 구조화 수단으로 전락
- 재판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한 재판연구관제도가 법관의 통제장치로 기능
- 이와 같은 법원행정처 조직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조직
- 사법권력의 이상비대화로 인하여 사법권력이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력까지 갖추게 됨
□ 사법부의 권력유착
- 과거 시민사회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사법부를 위하여 노력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적 판단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음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당시 법원행정처는 개별 법관의 독립이 아닌 사법부 전체를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전락시킴
■ 대응
- 사법농단 사태의 처리는 간단하다. 다시 부연하자면, 과거사청산의 문법에 따라 사법농단과 그 적폐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구조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그 피해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일련의 작업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의 구조개혁과 함께 발탁인사라는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던 고법부장승진제를 비롯한 법관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어 놓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현재의 사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오히려 그러한 조치가 역으로 국민들에 팽배해 있는 사법불신을 재확인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처방은 있으되 진단이 없기 때문이다.
- 두 말 할 것도 없이 사법의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요소다. 하지만 이 사태에서 양승태 체제에 의해 사유화되어버린 사법권력은 사법의 독립을 훼손하고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법원행정권의 남용이라 일컬어지는 단순한 직권남용의 범죄사실도 이 사태의 본질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수준이 아니라 우리 법질서 전체에 대한 부정이자 폭력이다. 이 사태는 법원의 영역을 넘어선다. 더 이상 조직의 안정이니 내부의 의견수렴이니 하면서 좌고우면하며 주춤거릴 일이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