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 공범자들

구자혁 집행위원

언젠가부터 경복궁역 서측은 서촌이라 불렸다. 청와대 인근 건물의 고도 제한과 경복궁 근처 안각 지정, 그리고 한옥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 까지 갖가지 규제로 서촌은 7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불었던 부동산 투기와 아파트 열풍의 사각지대였다.

거주의 불편함과 재산권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주민들은 개발에 의해 떠밀려나지 않고 자연스레 이루어진 마을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형성된 이웃간의 정으로 상계하며 잘 살아왔다. 하지만 자본은 이마저도 상품화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3~4년간 서촌은 외부 자본이 들어오면서 모든 것의 값어치가 오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상가 임차료로 시작하여 이제는 주택임대료 까지 2~3배 이상 치솟았다. 기존의 임차 상인들과 임차 주거자들은 자신들이 일구어낸 모든 것을 버리고 떠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6월 7일,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일어났다. 서촌에서 오랜 세월 장사하던 궁중족발 김사장이 임대인 이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2년전 부동산 투기업자 이씨는 궁중족발 건물을 43억에 매입했다. 그러더니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97만원이던 궁중족발의 임차료를 보증금 1억에 월세 12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하였다. 궁중족발 김사장에겐 날벼락이었다.

세입자를 내쫓기 위해 이씨는 명도소송을 진행했고 궁중족발은 패소했다. 궁중족발이 임차를 한지 9년이 지나 되었으나 현행 5년간의 갱신보호기간을 넘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이씨는 궁중족발을 상대로 12번의 강제집행과 수십명의 연대인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남발하였다. 이것도 모자라 이씨는 김사장과 그의 부인에게 문자메세지로 비아냥과 모욕을 상습적으로 주었다.

2차 강제집행 시 김사장은 임대인 이씨가 고용한 사설용역에 의해 왼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에 대해 무혐의로 처분하였다. 공권력이 자신의 편이라 생각한 이씨는 6월 6일 새벽 3시 50분 12차 강제 집행을 했다. 건물안에 사람이 있음에도 지게차로 가게 입구를 부수어 버렸다. 이로써 형식상 강제집행이 완료되었다.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항의하고자 김사장은 1인 시위를 하러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씨는 김사장에게 전화를 하여 신체비하와 김사장 부인에 대한 모욕을 했고, 궁중족발 강제집행을 막고자 연대했던 사람들에 대한 언어폭력을 하였다.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김사장이 이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김사장이 이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행된 이씨의 폭력은 어찌해야 하는가?

임대인 이씨는 15개 이상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업자이다. 그는 건물들을 담보로 서로 엮어 우리은행 모지점으로부터 300억에 가까운 대출을 받았다. 이들 건물은 비어있는 건물이고 건물 자체만으로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런 이씨가 궁중족발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요구하면서 강제집행을 빙자한 폭력을 행사해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체계의 문제 때문이다. 궁중족발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실마리가 될 수 있었던 2016년 6월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의 방해와 더불어민주당의 안일함으로 인해 잠들어 있다. 그러는 사이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5년 이상의 계약을 빌미로 이씨는 명도소송에서 승소 하였고 명도소송 승소를 이유로 공권력을 이용한 강제집행을 12번이나 진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강제집행 시 발생된 폭행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씨는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이처럼 정당한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임차인은 그냥 귀찮고 하찮은 존재였을 뿐이다.

임차상인을 내쫓으면서 임차상인들이 만들어 놓은 영업가치를 신규 건물주 라는 이유로 모두 가질 수 있도록 개인에게 수백억을 대출하여 자본을 지원한 은행, 임차인의 영업가치와 장사할 수 있는 권리 등 최소한의 인권 보다 임대인의 재산권이 먼저라고 하는 국회, 엉성한 상가법을 이용해 임대인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강제집행 권한을 쥐어 주는 법원, 임대인의 폭행에는 등돌리고 임차인과 연대인들에게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죄가 없다고 하는 검찰, 이들이야 말로 이번 사건의 구타유발 공범자들 아닌가?

2016년 그 추운 겨울 아니 그 이전부터 민중들은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와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끝내 정권을 바꾸었다. 그러나 아직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권리, 임차상인이 장사할 수 있는 권리는 배제된다. 그 위에 오직 자본가들의 재산권이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