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정부에서 정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에게 상징적으로 단 하루만 평등을 시늉했던, 시혜와 동정의 상징일 뿐이다. 우리는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길 거부하며,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오늘 우리는 빼앗긴 권리를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되찾을 것임을 당당해 선포한다. 

 

대한민국 시설수용의 역사는 국제적인 인권 기준을 정면으로 위배한 부끄러운 기록이다. 장애인을 격리하고 수용해온 수용시설의 역사는, 보호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범죄와  다름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격리가 아니라, 개개인의 필요에 맞게,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이다. 정부와 정치는 ‘우리를 가두지 마십시오’라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외침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본질은 단순히 ‘시설 밖으로’ 물리적인 탈출에 있지 않다. 그것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지역사회의 재구성’에 있다. 거대한 ‘수용시설’의 장벽을 부수고, 장애인도 시민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리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는 지역사회의 재구성을, 우리는 요구한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정치는 자신의 책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치의 역할은 단순히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산을 확보하여 현장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 필요한 곳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과 책임이 가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투쟁할 것이다. 

 

2026년 4월 20일

노동·정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