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과 2025년, 8년을 뛰어넘어 반복된 탄핵 광장은 정권을 바꿔내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기존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누구도 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탄핵 외의 요구가 광장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노동∙정치∙사람은 기획강좌 [계엄과 광장, 그리고 그 이후]를 진행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정치권력을 놓고 다투는 듯 보이지만, 정권이 여러번 바뀌어도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엘리트 주류 정치가 87체제 이후로부터 공유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관의 형성사, 이의 토양이 된 대한민국 자본주의 체제의 형성사 속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아울러, 신자유주의 체제의 위기와 균열 속에 부상하는 극우 포퓰리즘과 혐오 정치의 공간 속에서, 지금의 진보정치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강좌에 참여했던 최훈 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계엄을 겪어본 적 없는 세대로서 적잖이 놀랐다. 근무로 인해 현장으로 달려가지 못했기에 불안하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계엄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나는 불안한 마음에 또 다시 광장으로 촛불과 깃발을 들고 몇 번이고 나갔다. 광화문은 촛불과 깃발들이 들불 퍼지듯 넘쳤다. 동지들의 힘이 모여 당장이라도 탄핵이 될 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위치로 참석을 했다. 광장에 모인 동지들을 보면서, 취업준비생 시절, 힘들지만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때가 생각났다. 윤석열 탄핵 후의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토론하며 긍정적인 미래를 그렸다. 문화제 형식의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도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처럼 보였다. 윤석열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내란세력은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강의를 듣고 난 후에 그때를 돌이켜보니, 사람들은 단순히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탄핵하기 위해서만 모인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탄핵촉구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들의 의제를 하나씩 가지고 사회를 바꿔보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하는데까지만 역할을 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각자가 바라는 의제들을 통해 사회를 바꿔보려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게보면 ‘도낀개낀’인 상황인 것이다. “진보세력은 무능하고, 보수 양당 중 민주당 계열이 그나마 나은 정당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어쨌든 사회는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수구 정당과 민주화 세력이었던 정당이 만들어가는 미래 속에서는, K-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양 축이 번갈아서 정권을 얻는 모양새가 지속될 뿐이라는 것을, 이는 내가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훈 – 공무직 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