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사람은 앞으로 매월 한권씩 ‘이달의 책’으로 선정해 추천하려고 합니다. 첫 순서로 이동약자의 이동권을 20여년 째 거리에서 외치고 있는 박경석 동지의 새로운 책 ‘출근길 지하철(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을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저자인 박경석 동지가 서평을 쓰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찾아왔습니다.
노동∙정치∙사람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입니다.
저는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에 항의하며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한 이후 한 해도 지하철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후 23년을 지하철에서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부터 동지들과 함께 출근길 지하철을 타면서 지하철이 쓸모 있는 노동력만 실어 나르고,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내버려두고 떠나는 능력주의 사회의 컨베이어 벨트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경찰은 장애인권을 외치는 우리를 폭력적으로 끌어내고 바닥에 내팽개쳤습니다. 차가운 승강장 바닥에 드러누워 올려다보니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과 카메라 렌즈를 타고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습니다. 삶의 마지막 끈을 놓을 때 동료들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긴 세월 장애인운동을 하며 나눠 받은 것들을 선물로 전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은 그 경험과 말 들을 노들장애학궁리소 정창조 활동가가 기록해 준 것입니다.
장애인운동을 겪어오면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장애인운동이 장애인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드는 사람들이고 언제든지 아플 수 있고 누구라도 쓸모없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비용 때문에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쓸모를 잃어버린 사람은 누구나 감옥 같은 시설에 격리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속도로 효율과 경쟁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회를 막아 세우며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으로 시민의 권리가 비용을 이유로 무시되지 않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면 이 투쟁은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선물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난 23년간 지하철 앞에서 외쳤던 말들을 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 선물을 남길 투쟁에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투쟁이라.”
– 2024년 9월 박경석
[전장연과 달보기] 전달_2024년 15화 : 유시민을 이긴 박경석이 낸 책 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