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weird)’ 나라의 정당법
– 한국에서 미네소타 DFL의 팀 월즈가 가능할까?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이상한(weird)”라는 말이 미국 대선을 달구고 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와 밴스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팀 월즈는 지난 7월, 케이블 뉴스 채널인 MSNBC에 출연해 공화당 후보진을 향해 “이상한(weird)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상한’이라는 이 단어는 트럼프와 밴스의 현재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되었고, 삽시간에 온갖 밈(meme)을 만들어내며 퍼져나갔다. 이제 적어도 트럼프와 밴스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유권자들에게 그들은 확실히 ‘이상한’ 존재로 각인되어가고 있다.

총알이 트럼프를 비껴간 직후, 연말 미국 대선의 승자가 확정되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연이은 바이든의 실수가 그의 나이와 결부되면서 장차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던 터였다.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터진 전쟁에 효과적인 대응을 못한 채 외교적 무능이 부각되면서, “외교는 바이든”이라던 과거의 명성은 거의 실종된 상황이었다. 그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장점이라고 내세울 만한 정치적 성과가 딱히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터진 트럼프 피격사건으로 인해 미국 대선의 향방은 이미 결정이 난 것처럼 보였다.

이때 바이든이 부통령인 해리스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그리고 해리스는 전국적인 지명도가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려운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추대했다. 이후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이던 미국 대선은 다시 대혼란의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일 수도 있지만, 해리스와 월즈 후보는 눈에 띄게 트럼프 진영을 압박했고, 최근 민주당은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 팀 월즈에서 시작한 ‘이상한’이라는 말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팀 월즈의 전력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의 눈에는 ‘이상한’ 점이 눈에 띌지도 모른다. 그의 당적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이므로 당연히 민주당의 당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당연한 일이지만, 팀 월즈에게는 당적이 하나 더 있다. ‘미네소타 민주농민노동당(Minnesota Democratic–Farmer–Labor Party, Minnesota DFL)’이라는 당의 당적이다. 한국의 정당법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일단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제라고 알고 있는 미국에 지역 정당이 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할 수 있다. 게다가 법으로 복수당적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렇게 당적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상한 건 이런 걸 이상하게 여기게 만드는 한국의 제도다.

미네소타 DFL의 전신은 미네소타 농민노동당(Minnesota Farmer-Labor Party)이다. 1918년 농민노동당은 당시까지 주 정치를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에 대항하기 위해 농민단체와 노동자 단체가 연합하여 창당했다. 창당하자마자 주 의회에서 약진하면서 민주당을 제치고 제1야당이 되었고, 1930년 주지사를 당선시키기에 이른다. 당세를 확대했지만 공화당 세력이 워낙 강했고, 이를 극복하고자 미네소타 민주당과 농민노동당은 1944년 합당하기에 이른다. 여러 주의 지역정당이 민주당과 합당을 한 경우 대부분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사용하지만, 미네소타 DFL은 노스다코타 민주무당파동맹(North Dakota Democratic-Nonpartisan League Party, North Dakota D-NPL)과 함께 원래 지역정당명을 같이 쓰고 있는 두 개 정당 중 하나다.

미네소타 DFL은 엄연히 지역정당으로서 민주당이라는 전국정당의 제휴정당인 동시에 민주당의 지역조직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미네소타가 지역구인 민주당 당적의 연방 선출직 공직자들은 전국정당인 민주당과 지역정당인 미네소타 DFL의 당적을 함께 보유한다. 미네소타주 안에서는 민주당과 별개의 정치세력으로 활동하지만 연방 상하원이나 대통령·부대통령에 출마하려면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한다. 미네소타 DFL의 당원이면서 팀 월즈보다 먼저 미국의 부대통령을 역임한 사람들이 있다. 1965년 제38대 부통령을 지낸 휴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와 1977년 제42대 부통령을 지낸 월터 먼데일(Walter Mondale)이 그들이다. 이들은 부통령 재직 후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팀 월즈가 이들의 행적을 따르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미네소타 DFL은 진보적 강령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노조에 친화적이다. 당명에 걸맞게 농업, 식품 및 토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일 앞에 두고 있다. “가족 농장이 사회의 근간이며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토양보존과 지속 가능한 생태적 관행을 필두로 가족농 보존의 방향, 농촌지역사회의 복지, 생산자 재정안정 및 제품개선을 위한 협동조합과 마케팅 시스템 구축 등 지역의 의제는 물론, 미국과 다른 모든 국가의 기아를 완화하기 위해 농업 잉여를 사용할 것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재투자, 저렴한 주택 제공과 같은 공동사회 개발과 지역 비즈니스에 관한 진보적 정책은 물론, “주에서 요구하는 기준보다 카운티와 타운십이 더 엄격한 지역 개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등의 정책이 눈에 띈다.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전망을 고수하되 전국적인 더 나가 세계적인 전망까지도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으로 추진하는 지역정당의 사례이다.

전국정당이 지역정당과 연합관계를 형성하고 정국에 대응하는 구조는 매우 흔하다. 미국은 일종의 ‘빅텐트(Big Tent)’로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념에 부합하거나 정치적 연합이 가능한 다른 정당들을 포괄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 결과 민주당과 미네소타 DFL의 관계 같은 연합이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도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이 ‘자매정당’의 형식으로 연합하여 역할을 분담하거나 사안에 공조한다. 다당제가 보편화된 유럽 각국은 지역정당과 전국정당, 혹은 지역정당과 지역정당 간 정당연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연합정치가 가능한 이유는 지역정당이 자유롭게 창당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의 경험이 없는 한국에서는 미네소타 DFL 같은 정당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복수당적 같은 제도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게 되면 지역정당이 어떤 것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한 관점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정당도 허용하지 않고 복수당적도 국가가 금지하는 이 ‘이상한(weird)’ 구조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만들어놓은 정당법 체계에 안주하면서 다른 정치세력의 유입을 막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이제 ‘이상한’ 정치세력이라고 바라봐야 할 때도 지나지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