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은 노동정치의 기반
– 노동자의 손으로 2026년 지방선거를 준비하자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 윤현식
지역정당네트워크와 노동·정치·사람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천노선 중 유력한 방법으로 지역정당 운동을 꾸준히 제안해왔다. 그러나 이 제안은 정작 노동계에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정치에 관심 있는 활동가 또는 조직노동 일부와 진행했던 간담회나 토론회에서 확인한 것은 노동계가 지역정당에 별다른 유인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지역정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둘째는 계급정치라는 거대담론의 틀에 비추어 소시민적 지역정당 운동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자의 경우, 이는 노동정치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정당이라는 정치결사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어떤 운동이나 활동에 지역정당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유추하기는 어렵다. 쉬운 말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은커녕 노동삼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주적 정치결사를 결성한다는 것 자체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딱 와닿지가 않는다. 직장 안에서 노동조합 결성도 어렵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직장 밖으로 나와 정치활동까지 해야 한다면 그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게 노동측에서 나온 이야기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으로 지역정당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번져가고 있고, 실제로 지역정당을 건설하거나 건설을 준비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지역정당에 관한 경험은 계속될 것이며 노하우는 축적될 것이다. 현장과 지역의 노동자들이 전국정당의 정당활동과 마찬가지로 지역정당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참여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어차피 전국정당 참여와 활동 역시 노조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했던 노동자들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문제는 두 번째 문제, 즉 계급정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거대담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지역정당은 도움이 되지 않거나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는 지역정당이 지역의 사안에 천착하여 지역적 의제에만 매몰됨으로써 계급정치,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활동의 범주를 확산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장 거대한 적대세력, 즉 자본과 이 자본에 유착한 정권이 노동자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정치적 토대를 와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면적 대응이 아니라 기껏 지역에서 그것도 노동의제와는 별반 상관도 없는 지역의제에 노동자들이 몰려가는 것은 결코 상황 타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지역정당 운동은 물론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목표마저도 왜곡한다. 근본적으로 정치세력이 가지는 목표가 정치세력의 규모를 한정하지 않는다. 계급정치라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마땅히 전국적 규모의 정당을 조직해야 한다는 공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관성은 무조건적 통합만이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살길이라는 식의 교조주의적 오류를 반복하게 만든다. “뭉쳐야 산다”는 당위를 위해서라도 지역과 현장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아무런 기반도 없이 그저 당위만으로 뭉칠 수도 없으려니와, 설령 그렇게 해서 뭉쳤다고 한들 저변의 지지와 지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실효적인 정치활동은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지역에서부터 노동자들의 직접정치와 노동정치의 지역모델 형성 등이 이루어질 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이 확장된다. 근거리의 주민들이 노동정치에 동의하는 여건이 조성되면서부터 전면적인 계급정치의 확산이 시작될 수 있다. 바로 옆의 사람들조차 체감하지 못하는 거대담론만 설파해봐야 공상을 과학으로, 추상을 현실로 전환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지금 한국의 노동정치가 처해 있는 상황은 물적/인적 토대와 기반의 부재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지역과 현장에서 물적/인적 정치적 토대와 기반을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장과 지역을 노동친화적이고 진보지향적으로 만들어 나갈 때 거대담론은 구체적인 미래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를 위한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안이 지역정당이다(또는 현장 중심의 부문정당 및 의제정당).
2026년 지방선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노동정치는 결코 국가와 제도를 우회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가와 제도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해야 하며, 실천의 계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6년 지방선거를 노동정치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으로 삼을 기획이 필요하다. 지역정당은 그 기획의 중요한 일단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