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홀대론, 충청 대망론이 지역정당의 불씨?

윤현식 노동 · 정치 · 사람 정책위원

 

느닷없이 ‘중원’에서 지역정당이 화제가 되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홀대받고 있는 충청지역의 정치적 복권을 위해서라도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시장에 따르면, 현재의 양당체제는 영·호남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 충청지역을 배려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때만 되면 ‘충청 대망론’ 운운하면서 표를 구걸하지만, 때 지나고 나면 말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을 창당하여 양당체제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시장의 입장이다.

이 시장의 제안에 대해선 그 배경에 대한 논란도 있고, 비판도 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나름의 기득권을 유지하던 그가 왜 지역정당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당내 입지강화용이라거나 재선전략이라는 설명도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소신이든 아니면 정략적 낚시질이든 간에 지역정당이 현실타개책의 하나로 제시된다는 건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관련하여 지역에서는 일부 동의하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대전일보에 따르면, 세종 의사당 건립 등 충청권 주요 국책사업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라도 양당 독과점의 정치체제를 허물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고 한다. 관련하여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정당이 출범해 최소한의 의석 수를 확보한다면 지역 현안 추진의 결정적 기로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이 시장의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의원이 반박했다. 조 의원은 이 시장이 지역정당 카드를 꺼낸 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한편 지역정당에 관해, 지역정당은 “오히려 지역 분열을 초래하는 발상”이며 “지역의 정치역량을 훼손 ·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우 독특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제 내에서 지역정당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하면서, 지역정당이 “한국에서는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지역정당이 지역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조 의원의 관점은 지금까지 지역정당을 억압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입장을 함축한다. 바로 이 관점이 한국사회에서 지역정당은 불가하다는 근거로 제시되어 왔다. 2024년 9월 헌법재판소가 기각한 정당법 위헌심판청구소송에서 4인 재판관이 현 정당법을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제시했던 논리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입법부의 일원인 국회의원이 이러한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은 나름 솔직한 태도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분열, 지역감정에 기대거나 혹은 아예 그러한 부정적 상태를 촉발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고 있는 집단의 일원이 지역의 분열을 걱정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

게다가 지역정당이 대통령제와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정치결사이며 “한국에서는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 되었다는 이 발언은 국회의원의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한심할 정도로 정치적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지역정당과 대통령제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지역정당의 존재유무와 활동성의 편차는 오로지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로 보장되느냐에 달려 있다. 소위 “K-민주주의”를 자랑할 정도의 한국에서 지역정당이 봉쇄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일 뿐이다.

게다가 지역정당이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건 무슨 뜬금 없는 소리인지 알 길이 없다. 혹시 이 발언이 ‘지역주의 정당’을 이야기한다면 그럴싸하기라도 하겠지만, ‘지역주의 정당’을 가르키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 안 되는 게, 정작 한국에서 가장 극단적인 ‘지역주의 정당’ 중 하나인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의원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자신의 정당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하하는 것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조 의원이 “구시대의 유물”을 운운하기 전에 한국에서는 지역정당이라는 정치결사 자체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거다. 박정희 쿠데타 이전에는 실질적인 의미의 지역정당이 존재했을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지역정당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정도의 지역적 정치결사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반란을 주도한 군부가 집권을 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정당법을 구조한 이래 지난 60년 넘는 기간 동안에는 법적으로 지역정당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이처럼 있지도 않았던 지역정당을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하는 건 정치사에 대한 무지이거나 오도 중 하나다.

물론,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 시장이 이야기하는 ‘지역정당’이 본래 의미의 지역정당인지, 아니면 과거 자민련과 같이 충청권을 지역적 기반으로 둔 전국정당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호하다. 언론 기사의 특수성 상 인용의 한계로 인해 마찬가지 의문이 드는 최 교수의 발언 역시 언급한 지역정당이 실제 어떤 형식의 정치결사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지역정당의 본래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본다면 조 의원의 반박은 허수아비 때리기일 뿐이다.

조 의원이 지역정당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대전 유성갑 지역구 의원인 조의원으로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의 등장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역적 입지를 축소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기득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작동한 것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과 경쟁을 통한 정치적 발전이라는 대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내 자리 보존이 우선이라는 협량함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을 솎아 내기 위해서라도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