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교정에 내리는 비를 함께 맞으며 무지개를 피우자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규탄한다! 노동∙정치∙사람 / 배경으로 '퀴어의 삶이 미래의 교과서다!"라는 내용의 피켓이 있다

[성명] 교정에 내리는 비를 함께 맞으며 무지개를 피우자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규탄한다! 

 지난 4월 24일 충남도의회에서 2020년에 제정된 충남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국민의힘 주도로 통과됐다. 학생인권조례가 다수 학생에 성적 지향, 정체성,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게 했고 교권 침해·붕괴를 야기한다는 어불성설에 가까운 주장이다. 이번 폐지안을 두고 시민사회가 반발했음은 물론 교육청마저 재의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폐지안 통과를 출석 정지 상태인 의원까지 끌어들여 졸속 강행했다. 절차적 정당성, 교육 행정권과 입법권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명백히 우를 범한 것이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충청남도를 비롯한 전국 교육 현장과 우리 사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당장 우리가 조우하게 되는 성소수자 청소년 당사자들이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내게 마지막 보루였다고,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나마 학생들은 교사, 교직원, 교장에 고독하게 최소 한도의 인권을 요구해 왔다고 말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성소수자 뿐 아니라 일하는 학생, 출산 경력이 있고 육아를 하는 학생을 비롯한 모든 소수자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를 요구할 근거였다. 충남도의회는 인권, 노동, 섹슈얼리티, 재생산권을 경시한 과거의 학교를 반성하고 평등한 학교를 약속하긴커녕 학생들을 입막음한 셈이다. “가만히 있으라”의 뼈아픈 시간을 겪고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인가.

 

혐오세력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명분으로 삼은 교권 문제•교실 붕괴의 진짜 원인은 입시경쟁교육에 따른 권리 보장, 제도적 절차의 미비에 있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허울 갖추기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 각 교육 주체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를 갖추지 못한 문제를 왜 학생인권의 탓으로 돌리는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고, 학교의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을 하기위한 제도적 근거였다. 이를 폐지한 것은 학생들이 겪는 위기를 심화하고 학생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다른 교육 주체들이 제도적으로 권리를 보장 받는데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학생인권조례에서 나아가 학생인권법•차별금지법 등 보다 구속력 있는 제도로의 강화를 이야기해야 할 이유다. 

 

그럼에도 당장 우리 사회, 그리고 소수자 학생 앞에 닥친 공백에 기약 없는 내일을 약속하는 데 그치지 않겠다. 법의 공백에 좌절하지 말고 학생•청소년•소수자와 연대와 환대하는 실천으로 시민들 스스로가 보루가 되자. 입시경쟁교육에 기반한 위계적 교육 대신 평등에 기반한 배움과 관계 맺음이 가능하단 사실을 증명하자. 이로써 내일 모두가 품을 무지갯빛 교과서에 학생•청소년•소수자가 오늘을 온전히 증언할 수 있도록 하자. 

 

이를 위한 조직, 연대, 실천에 노동∙정치∙사람, 무지개교실은 앞장설 것이다. 아무리 혐오 세력이 학생인권조례를 지우는 데 성공했어도 비 온 뒤엔 무지개가 온다는 사실만큼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무지개교실 교가의 한 구절처럼, 충남은 물론 전국의 교정에 내리는 비를 학생∙청소년∙소수자와 함께 맞으며 무지개를 기다리겠다.

 

2024년 4월 26일

노동∙정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