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이 망치는 한국 정치 지역정당, 의제정당이 살린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를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이 정당의 설립에 대한 법적 제한을 강하게 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법 개정이 어쩌면 정치 개혁의 선결과제가 아닌가 한다.
2023년 5월30일 국회에서 정당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의원은 환영사에서 민주당도 정치혁신에 관심이 많고 정당법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걸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며 정치개혁의 국민적 합의와 공론화를 위한 좋은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환영했다. 정당법 개정안을 낸 같은 당의 이상민, 윤호중 의원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지역정당, 의제정당 등의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는 ‘정당의 다양화’가 “지역 수준에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지역정당
지역정당이란 ‘전국가적인 국민의사 형성과정에의 참여보다는 지역문제의 해결내지 지역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체’를 이른다. 중앙정치에 관계없이 지역민들의 의제를 반영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지만, 국내에선 1962년 제정된 정당법이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광역시·도에 일정 이사의 당원이 등록된 시도당을 둘 것을 필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지역정당의 창당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지역정당은 전문가들 특히 학계에서는 중앙정치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민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해 지역민들의 직접 정치를 강화하는 대안으로 꼽혀왔다.
김만권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박사는 “우리가 지방자치를 진정으로 활성화하려 한다면 평범한 주민들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야만 한다”라며 “중앙에 종속되지 않은 지역 기반의 정당이야말로 벤자민 바버가 말하는 ‘강한 민주주의'(Strong Democracy)를 만드는 핵심적인 제도적 기구”라고 강조했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이와 관련해 “지역정당은 그 규모는 작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결성된 정치단체로 지역주민들과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중앙에서 놓치기 쉬운 지역의 현안들에 관심을 집중한다”라며 “지역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단체들의 선거 참여를 허용한다면 지방선거에서 지역이슈의 실종이나 중앙정치가 되풀이되는 상황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지역 활동가들의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한 정당법 개정 필요
이날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기획 제안한 입장으로 지역정당(직접행동영등포당)을 창당하고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지역정치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지역의제와 관련해 양당의 대결구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무원들이 지역정당 측에 도움을 청해오기도 했고, 다양한 지역정치 데이타가 쌓여가며 생기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지역정치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양당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주민 공론장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최근 주도하는 그레이트한강이 자치구에게는 어떤 피해로 오는지, 그로인한 생태계파괴는 어떻게 귀결되는지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창당한 직접행동영등포당은 당시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법상 정당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지역정당 창당과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은평민들레당, 과천시민정치당, 진주같이 등 국내 지역정당들이 이에 함께하며 ‘지역정당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노동·정치·사람의 적극적 제안과 집행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전북에서 지역정당창당을 준비 중인 임형택 (전)익산시의원은 20여 년간 시민사회단체활동을 했으며 2018년 무소속으로 나와 시의원에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한 바 있다. 그는 호남에서는 30여 년간 한 당이 90% 가깝게 의석을 점유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지방소멸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에 지금의 적대적 양당체제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은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갈 것이기에 정당법 개정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정당’이 지역주의를 공고화 한다는 일부 걱정은 ‘지역정당’을 실제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 지금 정당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역별 당원수는 인구비례로 본다면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의견을 더했다.
또한 여성주의 의제정당인 페미니즘당을 창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활동가는 의제정당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역정당 창당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지역사회의 여성들은 정치 참여에 대한 꿈과 의지를 가지고도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과 전국정당의 횡포로 인하여 제대로 도전해 볼 기회조차도 얻지 못한 채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역사회의 생활문제 전문가인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여 정책결정의 주체가 증가하면, 의사결정의 비용은 상승하더라도 정치적 경쟁의 정도가 증대되면서 그만큼 각 개별이슈에 따른 정책결정의 합리성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2소위)는 회의를 열고 정당의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엔 지난 2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 안엔 지역정당 창당을 허용하는 정당 설립 조건 완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절실함은 보이지 않는다. 절실한 이들끼리 절실한 방법으로 한국정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