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의협과 대전협은 명분없는 진료거부를 즉시 중단하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현재 추진되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일단 중단하고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했음에도, 대전협과 의협은 해당 계획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면서 진료거부와 휴업 등을 강행하고 있다.

의료계의 요구가 무조건 비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며, 일정하게 타당성이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비하면 지나치게 낮은 전공의들의 처우, 의료인의 전문성과 노동력에 대해서는 저평가하고 검사나 진단기기 등을 고평가하는 왜곡된 수가체계, 실손보험의 확대와 맞물린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등 한국 의료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현재 제시된 정부의 안이 매우 미흡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의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 등 전반적인 공공의료 강화계획 없이 숫자 늘리는 것에만 치중했고, 그 숫자 역시 국공립의대가 아니라 지방사립의대의 증원 위주이며, 면허 취득과 수련 이후 의무근무기한이 너무 짧다는 것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진료거부와 휴업의 주된 이유가,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이나 수가체계의 개혁 및 의료전달체계의 강화 등이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반대라는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미래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임을 과연 부인할 수 있는가.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70%에 불과하며, 의대 정원 역시 2000년 이후 줄어들다가 2006년 이후로는 계속 동결되었다. 의협은 앞으로 인구가 줄 것이므로 별 문제 없다지만 의료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의사 수 증가율 역시 과거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났을 때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최근의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국의 의대 졸업생 수는 외국과는 달리 계속 감소했다. 게다가 모두가 수도권만을 선호함으로써 지역의 공공의료나 2차의료기관들은 막대한 연봉에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분히 대우해주면 지역에도 간다지만, 전체 숫자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진입장벽은 건드리지 않고 그 내부에서만 시장논리를 적용하라는 주장은 비상식적이다. 누구나 일정 수준의 의학교육만 받으면 절대평가로 면허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정원 제한 등으로 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의료는 단지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계획 속에는 이를 위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료인력 양성계획 등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한국 의료 전체가 나아갈 바를 정부 및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가운데, 의사들의 불만 중 타당한 것들은 적절하게 수용될 수 있다. 전공의 처우 문제나 수가체계 문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등도 그 과정에서 함께 논의되고 개선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기득권 옹호를 주된 요구로 내걸고 휴업 및 진료거부를 한다면,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들을 설득할 적절한 명분을 오히려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의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코로나19 관련 진료는 참가한다지만 그 외 부분에서의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나 그로 인한 초과사망에 대해선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노동자들은 합법파업이라도 무노동무임금을 적용받으며 불법파업인 경우 손해배상과 구속 등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를 만들어서 쟁의절차를 거쳐 파업하는 것도 아니며 주된 요구 또한 의대정원 확대 반대 등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우선인 현재의 휴업과 진료거부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즉시 이를 철회하고 이후 보다 바람직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에 함께 하면서 타당한 요구들은 관철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2020년 8월 26일
노동·정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