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노사정합의안, 부결시킬 수밖에 없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사정합의안에 대한 찬반을 묻기 위해 소집한 대의원대회가 임박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노사정합의안은 부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일부 동지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노사정대화는 아예 필요없고 투쟁만이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원장이 강조하듯이, 미조직 노동자가 많아 조합운동의 틀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니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나 소득감소의 위험은 이런 하층노동자에게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이 일정하게라도 역할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면 노사정합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원포인트 노사정대화를 먼저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문제는 최종 합의안의 내용이 너무나 미흡하며 합의도출과정도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자본은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추상적 문구만이 들어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 반면 노동은 휴업 등 고용유지조치에 적극 협력하여야 하고, 추후 이런 조치들이 해고회피노력으로 인정된 후 정리해고를 강행하더라도 이를 막을 실효적인 장치가 없다. 위원장은 해고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모든 업종을 영원히 해고금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경제위기를 이유로 이미 정부는 240조가 넘는 예산을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적어도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현재의 고용을 유지할 것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지원을 직접 받지 않는 하청업체나 중소기업 역시, 휴업수당 등 고용유지지원금의 100퍼센트를 해당 노동자에게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방안 등도 예산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몇백조 중 일부를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은 왜 안 된단 말인가?

전국민 고용보험 등을 성과라고 말할지 모르나, 이는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현재 정부가 제출한 내용을 보면 전 취업자는커녕 특수고용노동자조차 제대로 포괄하기 어렵다. 기존에 이미 내부적으로 합의된 고용보험위원회의 합의안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계약 체결’이라는 독소 조항이 들어간 입법안을 제출하는 등 현재의 행태를 볼 때,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은 또 하나의 립서비스가 될 위험성이 크다.

물론 이런 립서비스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노사정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고용유지를 전제한 정부 지원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노동자 직접 지원 등을 관철시키기에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힘관계가 너무나 불리하다고 하소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일정하게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라도, 합의 그 자체에 목매달아서는 안 된다. 정말로 하층노동자나 미조직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은지, 그 과정에서 힘이 약하다면 힘을 모으고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우리 내부를 일정하게 설득해야 한다면 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내부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김명환 위원장은 이런 논의의 과정 없이, 매우 미흡한 합의안에 대해 찬반만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이후를 위해서라도 좋지 않다. 추후에도 실제로 노사정대화가 다시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는데, 그때 정부와 자본이 적절한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고 이를 관철시킬 내부적 힘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나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애초의 노사정 대화 제안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대의원대회에 상정된 것처럼 내용과 절차 모두에 문제가 있는 노사정합의안은 부결시킬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

2020. 7. 21

노동·정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