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2일,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준비위원회 발족과 동시에 정식 출범일을 전태일 열사의 기일인 11월 13일로 정했습니다. 노동·정치·사람은 준비위원회 발족 두 달, 정식 출범 석 달을 앞두고 장애인일반노조(준) 정명호 준비위원장의 강연과 장애인일반노조(준) 준비위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강연은, 노동과 정치의 변화, 그 가운데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로 지금, 여기의 노동과 정치와 사람을 직접 살펴보자는 취지의 연속 기획 강연 <2019-2020 다시 보는 노동, 정치, 사람>중 첫번째로써 ‘다시 보는 노동 1. 일 좀 하자 : 장애인 노동, 노동의 경계를 깨다’라는 이름으로 노동·정치·사람 회원과 장애인일반노조(준) 준비위원, 그리고 강연 소식을 듣고 참석해주신 일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의미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노동을 생산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내용에서는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필라델피아 선언(1944)의 첫번째 기본 원칙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노동을 할 수 없는 구조적인 차별을 깨야하다는 내용은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누구나 노동할 수 있는 권리로써의 노동권의 의미를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었습니다.

AAC를 통해 진행된 정명호 준비위원장의 강연 원고와, 현장 질의 응답을 간추려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강연 원고]

노동·정치·사람 동지 여러분,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장 정명호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좋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언어장애가 있어 에이에이씨(AAC)라는 보완대체의사소통 보조기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리 준비위가 지난 6월 발족하고 여러 단체들과 간담회를 잡고 있는데 노동·정치·사람 동지들과 제일 먼저 간담회를 하게 되었네요. 이런 간담회 형식이 저희도 처음인데, 서로 형식에 구애됨 없이 재미있게 만들어 봅시다.

장애인일반노조 첫 구상은 2017년 11월부터입니다. 10여 년 넘게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여러 노동운동에도 연대했지만, 그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뭔가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왜 이 사회는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노동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왜 장애인은 시설에 수십 년 처박혀 살아야 하고 주변에 장애인 실업자가 넘쳐나는가?”

이런 의문이 들던 찰라 저랑 같은 고민을 하던 동지들과 함께 2018년 2월부터 준비모임을 시작했죠. 이후 여러 번 회의와 세미나를 거쳐 지난 6월 1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저희 장애인일반노조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장애인은 어떤 부문 보다 실업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도 잘못되었고, 기업들도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92%입니다. 법정 의무고용률 3.1%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장애인의 고용을 늘리라는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먼저 정부를 상대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장애인 의무고용률 및 부담금의 대폭 상향조정 △장애인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장애인 고용 안정 대책 마련 등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확대와 각종 제도의 강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로서의 정부를 상대로 각 사안에 따라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입니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을 상대로는 법에 정한 의무고용률을 지키라는 투쟁과 사업장 내 장애인 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 편의 제공 등을 요구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나마 일하는 장애인노동자 대부분이 50인 이하의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일하다 해고되고 승진에서 차별받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할 것입니다. 즉,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현장에서 받아야 하는 불이익을 우리 노조가 해결해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조합원이 많아지면 이 부분이 가장 바쁜 사업 중의 하나가 되겠죠.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문제입니다. 헌법에 인종, 성별, 장애 등의 문제로 노동을 차별하지 말라고 나와 있습니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어떤 노동을 하든 그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 아닙니까? 이를 ‘생산력’이라는, 자본의 이익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 하는 기준에 맞추어 재단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차별을 공식화하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세 개 국가뿐입니다.

저희 장애인일반노조는 ‘노동의 평등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가 가사노동에 대해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같이, 장애가 있는 노동자의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은 이미 사용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는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여 자본이 규정한 생산력에 따른 기준이 아닌,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칼 맑스는 고타강령비판초안에서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에게는 필요(욕구)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살아 숨 쉬는 것,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노동입니다. 이는 노동자가 생산한 것의 일부를 떼어주는 자본주의의 관점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적 사고 체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 노조 준비위와 별도로 장애인노동담론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외국 사례나 논문 등을 읽으며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일반노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약자,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모든 차별이 철폐되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성, 성소수자, 빈민, 노점상 등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 그리고 사회복지노동자, 산업재해노동자, 이주노동자 등과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 장애인노동자의 존재를 알려내고 잘못된 사회구조에 함께 싸워나갈 것입니다. 또한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 탄압받고 소외당하는 노동자들의 장기투쟁사업장에도 적극적으로 연대해나갈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동지들 중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조직을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왜 굳이 전장연이 있는데, 이런 험난한 길을 가려고 하느냐?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집중과 전문성입니다. 장애인일반노조는 장애인의 여러 권리와 의제 중 ‘노동’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투쟁하고자 합니다.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고 필요하다면 사안에 따라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것들을 다 하려면 아시다시피 많은 조합원이 가입한 조직이 필수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조직하고 있습니다.

현재 준비위원으로 함께한다는 의사를 밝히신 분들은 약 60여 명입니다. 준비위원은 본 조직이 출범할 때까지 강령, 규약, 조합원 자격 등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함께 논의합니다.

준비위원과 더불어 현재 조합원도 가입 받고 있는데요.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숫자가 바로 그 노조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 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 일할 의지가 있는 장애인 실업자 등 최대한 많은 조합원을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 조직 출범식 때까지 장애인일반노조를 최대한 많이 알리기 위해 각 단체 그리고 지역별 간담회, 장애인 고용을 지키지 않는 대기업 앞 1인 시위, SNS를 활용한 홍보, 카드뉴스 발행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사회는 속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속도는 곧 자본가들에게 이윤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은 노동의 속도도 느리고 노동을 아예 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본가 입장에서는 중증장애인들은 쓸모없으니깐 사회격리(장애인 수용시설 또는 방구석) 상태로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편리합니다.

그런데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4대 권리와 의무에 ‘노동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은 노동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는 자본주의 구조입니다.

자본가 관점에서 저희 쪽의 노동은 가치가 없는 노동 즉,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틀을 깨려고 합니다. 장애인 노동자이든 비장애인 노동자이든 그 ‘노동’이 평등하게 만들 것입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투쟁!

질의 응답

질문 :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을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말씀이 인상깊었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답변 : 장애인 노동권이나 최저임금에 있어서 차별받고 소외당해 왔지만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직접 다뤄 본 적은 없었다. 장애인일반노조(준)을 출범하며 SNS나 1인 시위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또한 소통해 나아갈 것이다. 오늘 이 자리나, 이후 다른 기회를 통해서 저희 주장의 당위성을 이해하시게 되는 분들이 계속해서 함께 해 나간다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 : 장애인‘일반노조’로 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장애인일반노조(준)에 함께 할 수 있는 기준에 비장애인도 포함되는가.

답변 : 장애인이 살기 편한 세상이 되면 비장애인도, 어린이도 살기 편한 세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장애인 노동이 잘 되어있는 사회라면 지금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도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바라본다. 노동을 하고 있거나 장애인 당사자라면 누구나 장애인일반노조와 함께 할 수 있다. 구분없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일반노조라고 했다. 경계를 무너뜨리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준비위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관하게 참여하고 있다. 노조가 정식 출범할 때의 조합원 자격은 규약이나 단체협약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지만, 일단 준비위원으로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으니 참여해주기 바란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질문 : 30대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의무고용률 보다 훨씬 낮은 이유와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답변 : 장애인의무고용률은 장애인고용촉진법(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1990년 시행됐다. 처음 시행될 때 2%였는데 현재는 사기업 3.1%, 공기업 3.4% 정도다. 기업들이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내는 벌금이 한 해에 수천억워 이상이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벌금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일단 법과 제도를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지만,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질문 : 공무원 채용에 장애인전형이 있는데, 공무원 전산시스템이 접근성을 지키지 않아 시각장애인 공무원에게는 어려움이 있다.

답변 : 함께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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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장애인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OECD 국가가 3개라고 하는데, OECD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이런 국가의 노동자와 연대할 계획은 있는가. 이런 국가들의 특성을 연구할 계획은 있는가.

답변 : 국제연대는 아직 생각지 못하고 있다. 근대 자본주의 이전에는 장애인도 노동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했는데, 산업혁명으로 기계화 되며 장애인이 배제되기 시작했다. 장애인 노동자에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국가 중에는 노동소득 관련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OECD 국가 중에도 적용제외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옳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15년 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야 차별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임금이다. 생산에 기여한 만큼 주는 것이 아니며, 노동과정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예외가 차별이라는 것은 한국사회에 맞는 임금제도나 노동복지를 포함해서 볼 때에 설득 가능할 것이다.

질문 : 기업들은 기반시설을 마련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며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 보다 장애인의무고용률 위반 벌금을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 노조를 준비하며 노동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고 했는데, 어떠한 방향인가

답변 : ‘우리의 속도가 느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속도가 자본주의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속도가 빛처럼 빠르다’라고 한 인터뷰가 있었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은 고용관계 안에 있다. 노동권은 노동할 수 있는 권리로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애초에 노동을 할 수 없는 더 거대한 구조적 차별을 돌파해야 한다.

 

 

 

정리 | 김한울 노동·정치·사람 회원
영상 | 유검우 노동·정치·사람 회원
사진 | 박성훈 노동·정치·사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