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2일 발족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과거 인권침해 및 권한남용의 의혹이 있는 특정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해당 위원회의 실무조사기구로 대검찰청 산하에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조사할 사건을 추가하고 인력충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과거사위원회가 조사대상으로 하는 사건은 △ 재심 등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또는 공소제기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이다. 1차 사전조사를 거쳐 본조사가 결정된 사건은 ①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 ② 형제복지원 사건, ③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④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⑤ 약촌오거리 사건, ⑥ PD수첩 사건, ⑦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의혹 사건, ⑧ 남산 3억 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이다. 또한 2차 사전조사사건으로 ① 춘천강간살해사건, ②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③ KBS 정연주 배임 사건, ④ 장자연 리스트 사건, ⑤ 용산지역 철거 사건의 5개 개별조사사건과 및 ‘피의사실 공표죄로 수사된 사건’ 유형을 포괄적 조사사건으로 설정하였다.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와 권한남용을 재검토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충천해보인다. 또한 거론된 각 사건들이 당대 사회의 공분을 자아냈던 사건들임에 비추어 그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사건들을 보면 과연 검찰이 스스로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 평가하고 반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거론된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검찰의 수사지휘 및 기소권 행사에 관련된 사안들인데, 이 사건들은 그 중요성과는 별개로 검찰의 독자적인 반성과 평가가 필요하다기보다는 경찰과의 관계 및 사법부의 판단 등과 모두 연계되어있는 사안들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찰의 독자적인 과거사 진상규명이라기보다는 그 책임을 경찰이나 사법부와 나눌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의 과거사진상규명의 의지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사건이 있다. 바로 2005년의 ‘삼성 X파일 사건’과 ‘2007년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 사건’, 즉 항간에서 소위 ‘떡찰 사건’이라고 했던 사건이 그것이다.

1997년 대선을 목전에 둔 시기에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사의 홍석현 회장이 대선 캠프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문제 및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의 밀담이 안기부(현 국정원)의 미림팀에 의해 도청 녹음되었고 이 내용이 MBC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사건이 바로 ‘삼성 X파일 사건’이었다. 중점적인 보도내용은 삼성그룹이 홍석현 회장을 통해 약 100억원 정도의 대선자금이 제공되었으며, 전·현직 검사들에게 수천에서 수억에 달하는 뇌물이 전달되었다는 것이었다. 한편 추가보도를 통해 삼성그룹이 검찰 고위층 10여명에게 정기적으로 촌지를 전달했다는 추가적인 내용을 폭로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이 사건은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자금을 살포했으며 특히 검사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측면보다는 안기부가 민간인들을 사찰했다는 측면이 부각되면서 본질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건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X파일에서 오르내린 검사들에 대한 파악을 지시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정권차원에서 급속한 물타기가 이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청은 부끄러운 일이며,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라며 안기부의 불법도청은 문제삼지만 삼성의 떡값제공과 검찰의 떡값수수에 대해서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정치자금 살포와 검찰의 떡값수수 사건은 유야무야되었다. 검찰은 거명된 이학수, 홍석현, 김인주 등을 소화 조사하는 것은 물론 이건희 삼성회장까지 서면조사했지만 증거를 못 찾아 관련자들을 무혐의로 결론내리고 불기소했다. 반면 이 사건을 폭로했던 MBC 이상호 기자는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X파일 원본을 입수하여 삼성의 뇌물을 받은 7명의 검사를 실명공개한 노회찬 의원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당하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이 바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전 황교안 총리다.

이후 2007년에는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내던 김용철 병호사가 직접 고위 검사들에게 떡값을 건네주며 삼성을 위한 로비를 했음을 양심고백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부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전방위 로비의혹에 대한 ‘삼성특검’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다가 어쩔 수 없이 수용했지만, 결과는 X파일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흐지부지되었다.

사건이 폭로된 후로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해체하는 등의 알량한 개혁조치마저도 검찰의 명운을 걸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검찰 과거사 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기실 지금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 자체를 해산하는 수준에 준하는 완전한 개혁이다. 이 수준까지 가지 않더라도, 검찰의 셀프 혁신에 대중이 일말의 신뢰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진상규명과 반성의 모습은 보여야 할 것이다. 그 과제로 가장 적당한 것이 바로 ‘떡찰’의 오명을 스스로 벗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