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겐 기후 위기에 맞선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 COP28 합의문 채택에 부쳐 2023.12.14.지금 우리에겐 기후 위기에 맞선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 COP28 합의문 채택에 부쳐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중요한 결정들을 이끌어내 왔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 28차 회의(COP28) 합의문이 채택됐다.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phase-out)’을 대체할 뻔 한 ‘소비와 생산 축소(reduce)’라는 표현은 결국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away)’으로 확정됐다.

 

지구적 재난 앞에서 눈을 가리는 문명사적 참극을 면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기후 위기를 멈추기 위한 실천이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지 한 겨울에 찬 물을 뒤집어쓴 듯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COP는 1995년 1차 회의(독일 베를린)를 시작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있어 꼭 기억해야 할, 기후 변화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로 유지하기로 한 파리협정(2015)이 바로 COP21의 결과물이다.

 

지난 해인 2022년 COP27은 기후 위기의 피해를 가장 크게 겪고 있는 대륙인 아프리카의 이집트에서 개최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탄소를 다량 배출했던 선진국 등이 기후재난 피해 국가를 위한 보상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주요 쟁점이었다. 폐막일을 이틀 넘긴 끝에 선언적 의미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최종합의문을 채택했다. 

 

올해 COP28은 아랍에미리트(의장국)에서 열렸다. 다른 어느 해보다 더 심각한 기후 변화의 피해를 세계 곳곳에서 앓고 있는 지금에 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한 국가에서 열리는 회의의 역할이라는 것은 매우 자명한 것이었다. 인류가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에서 탈출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의 합의를 통해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인류 공동의 위기 앞에서도 이러한 믿음은 흔들리고 말았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합의문에서 누락될 뻔 한 상황의 이면에는 주요 산유국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 만장일치 채택을 위해 산유국 눈치보기가 과도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다행히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요구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혹평을 비롯하여 기후 위기에 맞선 전세계의 우려와 분노가 두바이로 집중되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되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원칙적인 서술이 합의문에 담기게 된 것이다.

 

과제가 많다. 당장 에너지가 필요한 저개발국은 자력만으로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이해도 이번 합의문 채택 과정에서의 섬짓한 순간의 배경에 있다.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환호나, 국격이 떨어져서 후진국이라는 한가한 이야기로 신선놀음하기에는 인류에게 주어진 기회가 넉넉하지 않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의 신화 이면에서 우리가 배출해왔던 대량의 탄소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COP에 특사를 파견하는데 그쳤다. 비슷한 시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려 1.5도 제한 목표를 재확인했던 G20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했다고 해서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가 과연 실질적인 기후 위기 대응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정확히 답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비중 자체가 7.15%에 불과한 상황에서 3배 확대를 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평균인 28.1%부터 조기 달성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뿐만인가. 당장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된 바만 보더라도 윤석열 정부는 기후 위기에 산유국 보다도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예산에서 재생에너지 지원예산은 무려 43%나 줄어들었다. 세계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1%까지 늘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기후악당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수준이다. 화석연료를 시추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탄소배출을 유지하면서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겠다는 굳은 신념이 아니고서는 이런 정책 방향을 어떻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이다.

 

기후 위기는 당장 낮 최고기온 20도를 넘나드는 12월 기온을 통해서 우리 곁에 이미 도착하여 더운 숨을 내뿜고 있다. 내년 여름은 또 어떤 모습의 기후 위기가 덮쳐올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2023년 12월이다. 기후 위기에 맞선 실천은 그래서 매우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실천은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과 개입을 통해, 탄소배출을 감축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요구와 촉구를 통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구 파괴 기후 악당의 오명까지 자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3년 12월 14일

노동·정치·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