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기득권의 횡포
– 자리늘리기에만 연연한 보수양당의 폐단
3월 5일 국회는 지방의회 의석을 소폭 늘리는 선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내용은 광역의원을 현재 663명에서 27명 늘린 690명으로, 기초의원을 현재 2천898명에서 29명 늘린 2천927명으로 하는 것이다. 그 외에 개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 공직선거법은 당해 선거일로부터 6개월 전에 개정되어야 한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 13일에 치러지는 만큼 원칙적으로 지난 12월 13일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무려 시한을 3개월이나 넘기면서 진통 끝에 처리된 공직선거법의 내용은 기껏 의석 몇 자리 늘리는 선에서 마감되었다.
이번 개정에서는 지방의회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례대표 확대 및 중대선거구제 등 신진정치세력 및 정치적 소수자들의 제도권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의 도입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보수양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이러한 기대를 무산시켰다.
2016년~17년에 걸친 촛불의 항쟁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건설하라는 준엄한 민중의 요구였다. 다시 말해 기득권을 쥐고 놓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체제를 일소하라는 것이 촛불민심의 염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은 이러한 촛불의 요구를 무시한 채 기득권의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루어졌다.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늦어지면서 이와 연동하여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역시 지연되었다. 법과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선거구 역시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이를 마쳐야 하지만 아직까지 조정이 되지 못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 12일 이내에 선거구획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17년 12월에 서울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치구 의원정수 및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양당은 이 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안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소극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안에 따르면 기초의회의 경우 현재 111개에 달하는 2인선거구를 36개로 줄이고 3인 선거구를 현재 48개에서 51개로, 4인 선거구 35개를 신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2인 선거구 체제에서는 군소정당 및 신진정치인이 구의회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요원하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으로 당선된 419명의 당선자 중 군소정당 소속의 당선자는 노동당 의원(현 정의당) 단 1명 뿐이었고, 무소속은 3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회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양당의 입장에서는 자당 소속이 아닌 출마자가 당선될 확률을 높이는 4인 선거구 채택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은 단 한 치도 놓치지 않겠다는 보수양당의 결사항전과도 같은 자세는 우리 정치를 계속해서 퇴보시킬 뿐이다.
비록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에서 비례성의 확대와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입법이 불발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코앞에 닥친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에서는 보다 전향적인 결과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특히 스스로를 촛불시민이 만들어준 정권이라고 자칭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 촛불의 열망을 담은 정치개혁의 첫발을 디딘다는 의미에서라도 이번 4인 선거구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